죽음의 문턱에서 생환, 하지만 아직도 불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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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29면

모건스탠리 CEO 존 맥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맥은 지난주 죽음의 골짜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져 내리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가면서 ‘다음 희생양은 모건스탠리’라는 소문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엄습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 속에 ‘소문=진실’로 통하는 패닉 국면이었기에 불안감은 더했다.

존 맥 모건스탠리 CEO

순식간에 헤지펀드들이 모건스탠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200억 달러를 빼내갔다. 시시각각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했다. 주가는 한순간에 50% 이상 급락했다.
심지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뿌리인 JP모건체이스 사람들까지 모건스탠리를 외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은 모건스탠리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라는 은밀한 지시를 임직원들에게 내렸다고 전했다. JP모건은 또한 모건스탠리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에게 “걱정되지 않으냐”며 은근히 자금 인출을 종용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1930년대 JP모건에서 분리,독립했고, 70년대에는 재결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주 후반 미국 정부가 파격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패닉은 잦아들었다. 주가도 오름세로 돌아서 19일 20% 넘게 뛰어 27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존 맥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72년 모건스탠리 주식 트레이더로 월스트리트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가장 두려운 한 주를 보냈을 법하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공격적 행보로 맞섰다. 미 시중은행 와코비아 및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합병 협상을 했다. 협상 자체가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감하게 정보를 흘렸다. 또 미 증권감독위원회(SEC)와 백악관을 상대로 맹렬하게 로비했다. 공매도 금지를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헤지펀드 등이 모건스탠리 등 금융주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매도 주문을 내는 바람에 주가가 급락해 위험이 사실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설득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를 관철하기 위해 경쟁자인 골드먼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과 서너 차례 만나 공조에 나서기도 했다.

SEC가 그의 간절한 호소에 화답했다. 영국에 이어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그가 발등의 불을 껐다고 모건스탠리의 생존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IB)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수정해 장기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예금을 거의 받지 않는다. 안정적 자금원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식과 채권·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한순간에 돈줄이 말라 버릴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구조다. 독자 생존은 너무도 힘겹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상업은행 등 누군가 든든한 동반자를 찾아 손을 잡아야 하는 숙제가 그에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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