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만이 최고' 나이키 애틀랜타올림픽 광고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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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나이키의 애틀랜타올림픽 광고가 올림픽정신을 모독했다 해서 구설수에 올라 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나이키가 거리 곳곳에 설치해놓은 일련의 입간판 광고물이 승리만이 최고라는 메시지를 담고있어 올림픽정신에 크게 위배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여자농구팀의 간판스타 리자 레슬리가 말한 것으로 인용된 다음과 같은 귀절이다.
『You don't win silver-you lose gold.』이해하기 쉽게 의역한다면 『은메달을 따냈다는건 잘못된 말이야.금메달을 놓쳤다는게 옳아』쯤 된다.
또 하나가 미국의 남자 테니스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말했다는 『If you.re not here to win,you're a tourist』(『이기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그럼 관광하러 왔군』)이라는 내용이다.이 광고에 대해 마이 클 페인 IOC 마케팅 분과위원장은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는 올림픽 정신을 정면으로 공박하는 내용』이라며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페인위원장은 『올림픽출전 자체에 긍지를 느끼고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 금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고몰아붙인다면 그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나이키측에 비난을 퍼부었다. 나이키의 케이스 피터스 홍보담당이사는 이에대해 『광고문안이 상당히 공격적인건 사실이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제로 공감하는 바를 대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이키는 이외에도 「보다 빠르게(Faster),보다 높이(Higher),보다 강하게(Stronger)」라는 올림픽구호에 「보다 멋있게(Badder)」라는 구절을 삽입한 광고 문안도 내걸었다가 IOC로부터 경고를 받은바 있다.
그러나 나이키의 이같은 광고전략은 상당한 소구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칠전 USA 투데이지와 갤럽이 애틀랜타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이키는 이번 올림픽의 공식후원사가 아닌데도 대부분 사람들이 후원사로 인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올림픽의 스폰서 기업 3개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코카콜라,AT&T,델타항공사에 이어 나이키를 네번째로 지명했다.4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스폰서가 된 기업들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
애틀랜타=김동균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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