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과열경쟁 토론회 주제발표-'신문전쟁'의 실태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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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신문전쟁」의 실태는 판매시장에서의 경쟁과 지면을 통한 경쟁등 두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판매전쟁에서 자본의 위력은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실제로 중앙일보가 조간으로 전환한 뒤 신문업계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신문시 장의 거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중앙.조선.동아일보 3개 신문이 격렬한 헤게모니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면 전쟁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주도했다.섹션신문과 전문기자제 도입등 지면혁신을 상표로 신문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중앙일보의 경우 96년으로 접어들면서 구독률이 동아일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이렇게되자 조선일보까지 중앙 일보의 수직상승이 몰고온 회오리바람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신문 판매조직에서 문제가 터져나왔다.조선일보 편집국이 총력전을 폈다는 사실은 조선일보의 지면을 보면 명백히 드러난다.정치부.경제부.사회부.지방부등 모든 부서에서 중앙일보와 삼성비판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여기에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가세했다.
문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실린 중앙일보와 삼성관련 비판 기사들이 대부분 이미 보도됐거나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 있다.이 사태를 보는 언론전문가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보급소 직원 살인사건」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동아일보나 한국일보가 중앙일보및 삼성그룹 비판에 격렬히 나선 이유도 이 기회에 중앙일보를 철저히 견제하자는 의도다.신문전쟁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저널리즘의 죽음」이다.지면이 사유 물로 전락하고 언론이 정도에서 벗어나 추악한 전쟁의 도구로 떨어진 것이다. 신문전쟁에 동원된 기자들도 심각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언론계의 깨어있는 기자들과 독자들이 연대해 조직적인 대응을 할 수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언론계 내부의 개혁세력들과 언론 외부의 수용자들이 연대해 새로운 언론을 일궈 내야 한다.
「언론개혁 연대회의」같은 조직도 한 방법이다.독자들의 주체적 대응이 없는 한 신문전쟁은 잠시 소강상태는 있을지 몰라도 끝은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신문시장이 비슷한 성격의 재벌신문들과 신문재벌들에 의해 지배돼 사회 여 론이 독과점적으로 형성될경우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들이라는 냉철한 인식이 아쉽다.
손석춘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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