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비에 젖은 한국 전통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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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흥건히 젖은 한복차림의 국립무용단원들이 빗물이 뚝뚝 듣는 큰북을 들고 서둘러 야외무대를 내려왔다.우산을 받쳐든 관객이 보내는 박수를 뒤로한채 더러는 뛰다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26일 오전 애틀랜타올림픽 1백주년 기념공원내 AT &T홍보관 야외무대에서 열린 국립예술단의 올림픽 축하공연이 소나기 때문에40분만에 종료되는 장면이다.
한국의 전통문화 소개를 위해 문화체육부와 국립극장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적절한 옥내무대를 잡지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레퍼토리와 연기는 좋았다.
『한국,천년의 춤』이라는 제목의 공연은 궁중무와 태평무를 혼합한 한복과 부채의 춤,학과 선비의 춤,장구춤,정월대보름의 풍속을 담은 솟대와 달의 기원춤,사물놀이,10여종의 북이 춤과 어우러지는 대합주등으로 화려하게 진행됐다.2백여명 의 관객은 박수갈채를,전문가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지아주 클레이든페스티벌발레단의 솔리스트 제니퍼 콕슨과 샌프란시스코 소재 월간 댄스 인터내셔널지의 편집장 르니 리누프(여)는 이구동성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동작이 환상적이고 최면적』이라고 말했다.이들은 그러나 『조명이 있고 무 대가 내려다보이는 실내공연장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실내공연장을 잡을 수없었던 것은 현재 「올림픽 아트 페스티벌」이 한창이라 비공식행사가 발붙일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페스티벌 공식스케줄이 확정된지 1년 뒤인 지난 연말 뒤늦게 문 화올림픽조직위에 행사 개최신청을 낸 문화체육부측 무성의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일본가라스무용단,태국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볼 수 있어도 88올림픽개최국인 한국의 공식공연은 단 한건도 접할 수 없는 것이 우리문화행정의 현주소다.
[애틀랜타에서] 조현욱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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