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블루칩’에 수혜 집중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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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결론은 대형 우량주-. 한국 증시가 선진국 대접을 받으면 어떤 종목이 유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주요 증권사가 입을 모아 내놓은 답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는 18일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반면 일부 중형주엔 되레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자동차·조선·금융주가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종 대표주 유망=선진국 증시에 투자되는 돈은 한국이 속해 있는 신흥 증시 투자액보다 훨씬 많다. 8배쯤 된다는 분석부터 최대 25배에 달할 거라는 전망까지 있다. 어쨌든 한국 증시가 지금까지에 비해 훨씬 큰 무대로 옮겨가게 된 것은 분명하다. 세계 무대에 서면 국내 대형주의 상당수는 중형주로, 중형주는 소형주로 체급이 내려간다. 그런데 선진시장에 투자되는 돈은 안전성이 높은 중대형주를 훨씬 선호한다. 덩치 큰 업종 대표주에 수혜가 집중될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종별로는 선진국의 같은 업종에 비해 저평가된 쪽이 유리하다. 대신증권 곽병열 선임연구원이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져보니 경기소비재(자동차)·산업재(조선·기계)·정보기술(IT)·금융은 국내 증시가 선진국에 비해 제법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전기·가스·통신 업종은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되레 고평가돼 있다.

업종 대표주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종목은 앞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LS·현대건설을 꼽았다. 업종 대표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FTSE가 만드는 각종 세계 업종지수에는 선진시장 종목만 들어간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이 그간 이 지수에 못 끼였던 이유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위원은 “각 업종지수를 따라가는 펀드가 이들 종목에 새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형주는 불안=기존의 FTSE 신흥국지수에 포함됐던 국내 종목은 삼성전자부터 풍산홀딩스까지 총 110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로 옮겨가면 시가총액 비중은 25개국 중 11위지만 종목 수는 6위다.

국내 증시의 덩치에 비해 종목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0.2%밖에 안 되는 종목은 안 사도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이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증시의 체급이 올라간 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 팀장은 “110개 종목 중 상위권 종목은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별 영향이 없거나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기봉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종목은 110개 가운데 상위 20여 개 정도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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