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과소비관광 칼뽑은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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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이 모처럼 「국민 뜻에 맞는」 기획수사를 시작한 것 같다. 호화.퇴폐 해외여행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가 나간후 25일 검찰청에는 격려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놀고 먹고도 모자라 외국에 나가서까지 돈을 물쓰듯 써가며 추태를 부리거나 탈법행위를 저지른 「유한 계층」들을찾아내 단죄해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검찰의 수사착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이다.거액의 해외원정 도박이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고,일부는 도박자금으로 한번에 몇십만 달러씩을 날리는 「환치기족(族)」까지 있다는 보도가 있은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결정을 내리기까지 심각한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외환자유화를 실시한지 오랜데다 더욱이 걸핏하면 국내법 규정을 넘어서면서까지 걸고 들어오는 다른 나라에서 이번 수사에 대해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 이다.
한마디로 통상마찰을 우려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내국인 출국자 수는 3백82만명으로 외국인 입국자 3백75만명과 큰 차이가 없다.1인당 외화소비액도 1천6백66달러로 외국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1천4백91달러보다 1백74달러 많은데 불과하다.이 럼에도 91년부터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여행수지 적자는 지난해 11억9천30만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1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이는일부 계층의 해외 과소비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라는게 검찰 설명이다.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이 번 수사가 실제적인 처벌보다 경종을 울리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나돌고 있다.일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고,외화낭비를 법으로만 해결하는 자세는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주장과 해외에서 카드를 허용한도 이상 사용 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을텐데 어떻게 이들을 일률적으로 처벌하겠느냐는 현실론이 그럴싸하게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검찰은 신용카드로 월5천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소비한 사람이 1만5천명에 이르고 국내 17개 카드를 분산.사용해 5천달러 이상을 쓴 사람까지 조사하면 그 숫자는 두배 이상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중 특정국을 1년에 수차례씩 방문한 3천명 정도가 바로 「향락 관광객」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지엽적인 부분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양치는 소년」이야기의 교훈을 예로 들것도 없이 일단칼을 뽑아든만큼 실정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법집행을 엄정하게 하는 것이 법치국가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동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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