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공제 속셈 개인연금 일시적 가입하는 얌체 해약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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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금을 덜 낼 속셈으로 개인연금을 일시적으로 가입하는 얌체 해약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연금의 소득공제 제도가 허술한 탓에 세수(稅收)에 구멍이뚫린 셈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개인연금을 연말에 가입했다가 해를 넘겨 해약하면 연봉 1천만원이하의 저소득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동안 공제받은 세금보다 적은 금액만을 추징받는 현행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연금제도에 따르면 실제로 세금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관계없이 해약하면 최소한의 금액인 불입액의 4%만 일률적으로 추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올 상반기에 개인연금 해약이 크게 늘었으며전체 계좌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선발 K은행은 지난해말 총32만개 계좌 가운데 상반기중 9.
4%인 3만15개가 해약됐다.또 S은행은 전체 계좌의 10.5%인 1만7천3백개가 해약됐다.금융계는 다른 은행들도 해약 추세가 비슷하다며 33개 은행의 지난해말 총 2백7 1만개 계좌가운데 10%선인 약 27만개가 상반기중 해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한국.대한.국민등 3대 투자신탁회사도 지난해말 총45만개계좌 가운데 상반기중 16%인 7만1천8백개가 해약된 것으로 집계됐다.여기에다 보험사와 5개 지방투신을 합치면 해약 계좌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최소한 4백억원 이상의 세금이 덜 걷힌 것으로 추산된다고 관계당국자는 밝혔다.
◇개인연금 소득공제 제도=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불입액의 40%,최고 72만원까지 소득(과표 기준)에서 빼준다.과표기준 연봉이 3천만원인 金모씨가 지난해말 개인연금에 1백80만원을 목돈으로 불입했다고 치자.
40%인 72만원이 소득에서 공제돼 과표가 3천만원에서 2천9백28만원으로 줄어든다.이에 따라 소득세도 5백만원에서 14만4천원이 줄어든 4백85만6천원이 된다.
물론 저축기간이 5년이 안된 개인연금을 해약하면 금융기관에서는 그동안 덜 낸 세금을 추징한다.그런데 金모씨의 경우 올해 해약하면 14만4천원을 추징당하는게 아니라 불입액의 4%인 7만2천원만 토해내면 된다.
결국 金모씨는 개인연금 일시가입을 통해 7만2천원의 소득세를덜낸 것이다.소득이 높아질수록 추징당하지 않는 세금 규모가 커진다. ◇원인과 대책=상당수 금융기관들이 개인연금 유치 경쟁이치열해지자 고객들에게 『가입했다가 해를 넘겨 해약하면 세금을 적게 낸다』고 선전하며 「합법적 탈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전산망이 부족해 가입자별로일일이 개인연금으로 인해 세금이 얼마나 줄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때문에 해약했을 때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최소한의 금액만 추징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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