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61.약자보호위한 逆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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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는 역(逆)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불리한 사회적 조건에 처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여성고용 할당제(割當制)가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여성할당제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보다 폭넓은 사회진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평등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복지국가이념 아래 오래전부터 시행돼 왔다.나아가 이제는 단순히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장애자나 소수민족을 포 함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영역 모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최근에야 비로소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 제도에 대해선 그 명분 때문에 드러내놓지는 않고 있으나,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개괄적이기는하지만 교과서(『사회문화』,학사刊, 2백60~2백61쪽 참조)에도 소개되고 있다.올해 연세대에서 출제한 바 있는 이 주제는특히 여자대학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그러나 이 논제는 직접 여성할당제의 정당성 여부를 묻는 것은아니다.여성할당제의 바탕에는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는 「최소 수혜자(受惠者)우선 원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이 논제의핵심도 바로 여성할당제를 포함한 이같은 「역차별」이 과연 정당한가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 논제에 찬성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평등주의적 관점에 서 있다.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조건을 보장하는 「형식적」평등에 의해 이같은 역차별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역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등이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이같은 실질적 평등을 가져오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평등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제에 반대하는 경우는 이같은 역차별이 불필요하게 개인의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개인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얻게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富)를 정부가 개입해 차별화하는 것은 어떤 형식이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 다고 주장한다.나아가 이같은 역차별 아래서는 수혜(受惠)받는 약자가 능력을발휘토록 하기 보다는 열등한 능력을 지속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다시말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역차별이 결과적으로 약자를 더이상 자립이 불가 능한 무능력자로 만든다는 것이다.어떤 사회적 쟁점이 직접 논제가 되기는 어렵다.여성할당제로부터 「역차별의 정당성」을 묻는 것처럼 사회적 쟁점에서 철학적으로 주제화한 논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많다.올해 서울대 논제가 지역.민족갈등을 직 접 다루기 보다 이런 갈등의 바탕에 놓여있는「집단구획 의식」을 다룬 것이 그 대표적이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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