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문 뚫었는데 공무원 임용 언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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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언제 임용될 지 기약도 없어 더 답답하네요.”

세 번째 도전 끝에 올 5월 충북도 9급 공무원 임용고시에 어렵게 합격한 김모(26·여·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 김씨는 요즘 시험에 합격하기 전보다 가슴이 더 답답하다.

시험에 합격한 뒤 이제 당당한 ‘직업인’으로 친구, 친지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올 추석을 보내려 했으나 5개월이 지나도록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번 명절에도 우울하게 보내야 했다. 곧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5개월째 임용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공무원 구조조정 ‘불똥’이 튀면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예비 공무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중앙 정부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정원을 대폭 감축하면서 신규 공무원 임용이 계속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도내 12개 시·군이 올해 2차례에 걸쳐 임용시험을 거쳐 선발한 인력은 7급 12명, 9급 334명 등 모두 346명. 이 가운데 지금까지 공무원에 임용된 경우는 7급 2명, 9급 53명에 불과하다.

임용시험 합격자 17% 가량만 공직에 첫 발을 내디뎠을 뿐 대부분은 4∼5개월째 임용 통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 합격자들이 합격과 동시에 임용되거나 길어야 3개월 안팎을 대기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올해 선발된 예비 공무원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임용 시기를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최악의 경우 임용 유예기간인 만 2년을 꽉 채운 2010년 8월 이후에나 임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와 각 시·군도 올해 186명의 공무원을 뽑았으나 이 가운데 40명만 임용했을 뿐 146명은 대기 상태다. 강원도 탁동훈 인사담당은 “내년이 돼야 모두 임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로 인해 내년 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도 크게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사정은 신규 채용 계획이 확정된 이후에 공무원 구조조정 방침이 정해진 데 있다. 지자체들은 결원 상황과 정년 등 자연 감축 예상 인원 등을 고려해 연초에 그 해 공무원 채용 계획을 확정한다.

올해도 충북도와 각 시·군은 연초 확정된 채용 계획에 따라 4,5월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예비 공무원을 선발했고 이달 말에도 추가로 임용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7월 정부의 지방공무원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지자체마다 대대적인 정원 감축에 나서면서 신규 채용 여력이 사라졌다. 정원은 줄였지만 인위적 감축은 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존 공무원들이 정년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자리를 비우기 전까지는 예비 공무원들의 신규 임용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10년 8월 임용되더라도 할 일 없이 대기 상태로 ‘눈치 밥’을 먹어야 할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임용 유예기간을 모두 채운 뒤 임용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합격자들에게 아르바이트나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는 해줄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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