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로 번 돈, 국민에 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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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사진)가 정부 부처 대다수를 폐지하는 파격적인 개혁 복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몇 달 전부터 국가 기구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강조하던 그는 혁명 39주년을 맞은 이달 들어 한 연설에서도 자신의 청사진을 다시 한번 밝혔다. 카다피는 “국가 기구가 돈을 관리하면 유용과 부패가 판을 치게 된다”며 “더 이상 이렇게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국방·외교와 에너지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와 위원회를 없앨 것이며, 석유로 얻은 이익을 국민들에게 직접 나눠 주겠다고 밝혔다. 국가가 관장했던 교육과 의료보장 분야도 포함된다. 그는 “이런 분야들은 앞으로 리비아 인민들이 직접 책임지게 될 것이며 (석유를 팔아 생긴) 돈을 받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1977년 자신이 도입한 독특한 사회주의 시스템을 뒤엎고 국가 역할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조치들로 1~2년 동안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개혁 조치들은 내년 초부터 구체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국민들에게 석유 이익을 직접 나눠줄지, 어떤 단계를 거쳐 정부 부처를 폐지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FT는 “국제 무대 복귀와 의욕적인 외자 유치에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비아는 2006년 미국의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돼 국제 무대에 복귀한 후 점진적인 개혁 조치와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개혁 성향이 강한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의 입김도 작용했다. 하지만 카다피 주변에서 그동안 혜택을 봤던 혁명수비대와 관료들이 개혁을 수시로 방해해 많은 프로젝트가 발표된 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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