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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술 걸작 한눈에-애틀랜타 '링스(고리)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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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있는 앙리 마티스의 『댄스Ⅱ』,오슬로의 뭉크 박물관에 있는 뭉크의 『절규』,말리부의 폴게티 박물관 소장 고대 그리스 항아리,로마 바티칸 소장 『카토와 포티아의 장례 초상화』.전시작품의 면면은 미술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걸작 예술품이 아닌 것이 없다.애틀랜타하이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지난 4일부터 개막된 『링스(고리)-세계 미술의 다섯가지 열정』(9월29일까지)이 『일생에 한번밖에 볼 수 없을 미술전시회』란 평 을 듣는 이유다.
7천5백년이라는 시간을 아우르는 세계 32개국의 보물급 회화와 조각 1백25점이 한자리에 모인 이 전시회 관람료는 10달러(약 8천2백원)에 불과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루벤스.렘브란트.클로드 모네.빈센트 반 고흐.조지 오키프.오귀스트 로댕.앙리 마티스.윌리엄 드 쿠닝등 서구 예술가의 대표작,에콰도르의 황금 태양가면,멕시코의 17세기 성화,14세기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부조,루마 니아의 기원전 55세기께의 조각품,호주 원주민의 신비한 풍경화,아프리카.
일본.폴리네시아의 걸작들,그리고 우리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찬란한 예술혼이 관람객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카터 브라운 워싱턴 국립미술관 명예관장이 기획,4년에 걸쳐 2백만달러(약16억원)를 모금하고 수십개 국가를 방문,이번 전시를 성사시켰다.
일반 관객에게는 인류가 남긴 걸작 미술품의 진수들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로부터비판받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다.
비판의 핵심은 사랑.분노.경외.승리.환희라는 다섯가지의 전시주제가 다섯대륙을 상징하는 다섯개의 올림픽 고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자의적인 것이라는 점.뉴욕타임스.LA타임스.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시회가 개막되자 입을 모아 『이런 걸작들 이 이런 흐리멍텅한 주제아래 모인 것은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혹평했다. 예컨대 「사랑」관 첫 전시실은 로댕의 『키스』가 주제에 가까울뿐 그 옆의 고대 멕시코 도자기는 부장품용이며 11세기 인디언 조각은 하늘에 닿는 탑의 장식품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위대한 예술품을 위와 같은 자의적인 분류에 억지로 짜넣은 것은 「치졸한 발상」이라는 인식이 「링스전」을 비판하는 측의 사고에 깔려 있다.
주최측의 허술한 준비도 비판을 야기한 한가지 배경이 됐다.전시작에 대한 설명에 재료가 대리석인지,석회석인지,흙인지,유화물감인지도 밝혀놓지 않는등 치밀하지 못한 점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이 뮤지엄 오브 아트의 네드 리프킨 관장은 『감동을받아 눈물을 글썽이는 관객들이 더 중요한 것이지 소수의 비평가가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고 「링스전」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고있다. 이곳의 홍보과 직원 줄리 앤은 『하루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박물관 특별전시실의 관람객은 요즘 하루 2천5백명내외』며 『예매표는 올림픽 기간과 이를 전후한 기간의 주말에는거의 매진됐다』고 말해 이번 전시에 대해 일반의 관 심이 매우높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의 비판이 옳다고 하더라도 「링스전」은 일반 관객에게는 인류 최고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돌아볼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애틀랜타=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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