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가요-새 음악문화를 위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새로운 분위기들이 보인다.
느낌들이 새로울 뿐만 아니라 방식들도 새로운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다.특히 방식이 새로운 부분들에 주목하게 된다.기존의 대중음악판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계를 따라야 한다.기존의 체계를 돌리는 사람들은 적잖은 판 돈을 걸고 있다. 그들이 시키는대로 인형처럼 TV에 나와 웃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웃어주면 방송국 PD들이 『좋아! 좋아!』하고 말한다.그러면 한번 나오던 노래가 두번 나오고 세번 나오고…,이른바 「뜨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음악은 온데간데 없어진다.그 음악은 자신이 하고싶은 음악과는 전혀 다른 음악으로 변질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시스템에 길들여진 방식을 「의식적으로」 피해가고자 하는 대중음악 종사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주목할 만한 사람은 원종우다.그는 배드 테이스트라는 1인 밴드를 구성해 제작과정을 독립적으로 해결했다.그리고 제작된마스터 테이프를 직접 들고다니면서 배급사를 찾았고,그렇게 해서자기 음악의 독자성을 지켰다.
또한 록밴드 시나위는 최근 자신들의 독립 스튜디오인 「퍼플」을 열고 또다른 방식의 독자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그 스튜디오역시 제작과정에서 어떤 타협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그들은 젊고 의식있는 록음악인들에게 싼값으로 스튜 디오를 빌려주고 녹음하도록 해준다.요즘에는 「드럭밴드」라 불리는 일군의 펑크밴드들이 시나위 스튜디오에서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그들과 시나위는 음악적인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다르다.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상황은 음악스타일이 조금 달라도 기존의 관행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관점을 명확히 세우고,버릴 것을 아낌없이 버려낸 상태에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할 분위기가 서서히 일고 있는 것이다.
이젠 「열린 음악회」식으로 별의별 성격의 록음악인들을 다 세우는 공연이 필요없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제도의 일부로 기능하던 것들을 단호하게 쓸어버리자.『같잖게 잘난체하는 인간들이 같잖다』고 노래하는 「불순한」노래들이 정말 없 어도 너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 아닌가.그 노래들이 독자적으로 유통될 수있는 유통공간이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온 관심을 집중시켜 주시한다.
성기완 음악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