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빚으로 패가망신한 어느 주부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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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富)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때문에단란하던 저희 집은 망했습니다.』 남편의 무절제한 카드 사용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된 40대 주부 宋모(부산시중구대청동)씨가 다시는 자기같은 불행한 여성이 생기지 않도록 힘써달라는 내용의편지를 19일 서울지검 신용거래사건 전담 이종환(李鍾煥)검사에게 보내왔다.
宋씨는 대기업 차장으로 전도유망하던 남편 朴모(43)씨가 카드빚을 갚지 못해 지명수배되고 평범한 주부이던 자신이 결국 파출부로 일하게 된 과정을 자세하게 눈물로 썼다.
남편 朴씨가 빚더미에 오른 것은 93년4월 주식투자에 손대면서부터.신용으로 주식을 매입한뒤 만기일이 되면 카드를 이용,현금을 인출해 갚아나가는 방법을 썼다.주식이 오르면 카드 대금을상환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朴씨가 산 주식은 기대와는 달리 계속 떨어졌고 지난해말 빚이 7천만원에 이르렀다.카드회사는 朴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이때문에 기소중지자가 된 朴씨는 집에도 오지 못하고 공사판 막노동꾼으로 전전하게 됐다.
『사용자가 카드를 무절제하게 사용한 것이 1차 잘못이라면 20개나 되는 카드를 발급해준 신용카드사가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닙니까.』 宋씨는 단란한 가정을 보호하고 신용카드사의 불량채권을 줄이기 위해 ▶한사람당 카드 숫자를 3개쯤으로 제한하고▶카드사가 은행거래 내용.수입등 개인의 자금능력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발급하는 것을 제도화해달라고 애원하면서 편지를 끝맺었 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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