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경안 불발 한나라, 이번엔 ‘홍준표 내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6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희태 대표(右)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수 기자]

추가경정예산안 불발 사태의 후폭풍이 한나라당에 거세게 불었다. 그 한복판에 홍준표 원내대표가 섰다.

16일 그의 거취를 두고 당 의결기구가 잇따라 소집됐다. 오전엔 최고위원회의, 오후엔 의원총회였다. 두 회의의 결론은 유사했다. ‘선(先) 추경안 처리-후(後) 거취 논의’였다.

하지만 맥락은 전혀 달랐다. 오전엔 홍 원내대표의 유임 쪽에 무게가 실렸다. 당 관계자는 “앞으로는 원내도 당과 조율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최고위원 대부분이 홍 원내대표의 유임에 무게를 싣는 쪽이었다”고 전했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친이명박 성향의 의원들과의 통화에서 비슷한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中)가 16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박희태 대표도 의총에서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외인 대표가 주재한 의총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홍 원내대표의 사퇴론과 유임론이 맞섰다. 2시간여 논란 끝에 “일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 뒤 재논의하자”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추경 이후엔 (사퇴론이)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퇴론자들은 “홍 원내대표에게 자진 사퇴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홍 원내대표의 거취가 여전히 불투명한 채로 남은 셈이다. 172석의 거대 여당을 에워싼 혼돈도 여전했다.

◆친박(親박근혜)의 두둔, 친이(親이명박)의 비토=홍 원내대표가 “모두 내 잘못이다. 나 혼자 책임져야 한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말한 뒤 의총장을 떠났다. 그러자 초반엔 유임론이 강했다. 공교롭게 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이 그를 두둔했다.

▶이정현=“정기국회를 새로 시작했는데 원내대표를 바꾸면 안 된다. 금융위기와 김정일 뇌수술 등 국내외에 어려움 많은데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심기일전해야 한다.”

▶박종희=“여당으로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해 그에 걸맞은 시스템이나 경험이 다소 부족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계기로 다시 굳건한 여당의 면모를 갖추는 일신의 계기로 삼자.”

이인기·손범규 의원도 유임론 쪽에 섰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권영진·고승덕 의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친이 소장파 의원들이 대거 나서면서 기류는 급반전됐다.

▶김용태=“홍 원내대표의 손상된 리더십으론 당 안팎을 컨트롤할 수 없다. 민주당에 약점을 잡힌 꼴이다. 이래선 추경안보다 훨씬 어려운 이명박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

▶김영우=“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선 (홍 원내대표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책임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형환=“청와대 고유의 인사권에 대해 원내대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 대표와 청와대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많이 넘었다.”

홍 원내대표는 당초 의총이 끝난 뒤 다시 의총장을 찾아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분위기 때문인지 끝내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17일 예결위 소집=이날 의총에선 ▶추경안 처리 ▶예결위 불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도 논의했다. 홍 원내대표 사퇴건과 달리 쉽게 뜻이 모였다. 박 대표가 “추경은 민주당과 다시 논의해 보고 안 되면 우리도 할 수 있는 정당이란 걸 보여주자”고 하자 의원들이 “옳소”라고 박수쳐 추인했다. 당 지도부는 협상해 보고 안 되면 주말까지 표결 처리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예결위도 소집했다. 불참 예결위원들에겐 구두 경고하기로 하고 매듭지었다. “일부러 불참하거나 조직적으로 불참한 게 아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추경 처리 방침에 대해 “법적 효력을 못 갖춘 한나라당의 날치기 시도 때문에 추경안은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고정애·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J-HOT]

"AIG에 850억불 지원" 美 전격 발표

김정일 술자리서 "요즘 심심하다" 말하면…

뛰어난 화술에 미인 접대부로 유명한 '지안' 문닫아

"여학생 학부모들 '남자가 밑으로 깔아줘야' 말도"

'툭툭 불거지고 숭숭 구멍' 신발 알고보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