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계 보고 무농약 토마토 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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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농약 토마토를 재배하는 장준범(50)씨 부부. 이들은 농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친환경 재배 과정을 소비자에게 보여 주고 있다. [안동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소비자들이 토마토가 자라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장준범(50)씨는 지난달 농장에 카메라 7대를 설치했다. 설치비만 3000여만원이 들었다. 이들 중 카메라 3대는 장씨가 최근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www.ardfarm.com)에 연결돼 재배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소비자들이 이곳 토마토는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재배를 한다는 사실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동시 농업기술센터가 기술을 지원했다.

장씨는 3650㎡의 터에서 한해 토마토 110t을 생산한다. 수입만 1억1000만원에 이른다. 친환경 재배 덕분에 토마토 대부분은 대도시 백화점과 대형 유통점 등으로 팔려나간다.

장씨는 본래 철강회사에서 기획실장을 지냈다. 그 경력을 살려 철강공장을 짓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꿈을 접었다. 대신 1997년 고향으로 내려와 첫해 오이 농사를 지은 뒤 이듬해부터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초기엔 토마토 양액(화학적으로 만든 토양) 재배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장씨는 남들과 달리 양액 재배에서 생겨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데 우직스럽게 매달렸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는 결국 폐기물 재활용 길을 열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친환경 토마토 재배라는 한 우물을 판 것이다. 아내 김양숙씨도 토마토를 따랴 순을 따랴 밭에서 살다시피했다. 땅은 결국 이들 부부를 외면하지 않았다. 토마토는 4∼5년 전부터 1억원대 고수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도 장씨를 ‘토마토 박사’로 부른다. 장씨는 “친환경 재배로 비닐하우스 안을 날아다니는 모기와 풀벌레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재배 면적을 지금보다 3배쯤 더 넓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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