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외유틈타 조훈현 약진-바둑 상반기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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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강 이창호(李昌鎬)9단은 「국내용」에서「국제용」으로 변신했다.조훈현(曺薰鉉)9단은 그틈에 국내에서의 영역을 대폭 넓히며재기의 기틀을 다졌고 유창혁(劉昌赫)9단은 이창호의 대공세를 견디며 4년간이나 지켜온 「왕위」라는 보루를 기 어이 상실했다.서봉수(徐奉洙)9단은 잠적이라도 한듯 소식이 없고 대신 무명의 김동면(金東勉)6단이 갑자기 이름을 날렸다.저단진에선 최명훈(崔明勳)4단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주의 왕위전 타이틀매치를 끝으로 바둑계는 상반기의 큰 대국들을 마무리하고 개별적인 여름휴가에 들어선다.중간성적을 알아보기 위해 7월15일 현재까지 6단이상에서 「다승베스트10」을뽑아보니 1위는 41승의 조훈현9단.그는 연초 무관(無冠)이었다가 이창호에게서 패왕.기왕.비씨카드배를 빼앗아 3관왕이 됐다.李9단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점이 눈에 띄는데 이점은 하반기 바둑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으로 세계무대 정복에 나선 이창호(李昌鎬)9단은 3월에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을 꺾고 동양증권배를 차지했고 5월엔 TV아시아바둑선수권에서 우승했다.단체전인 진로배 우승까지 3관왕.또 후지쓰배에선 마샤오춘9단과의 결승전( 8월3일 일본오사카)을 남겨놓고 있고 LG배에선 8강에 진출해 있다.반면 국내에선 9개 기전에서 결승전을 치러 기성전.배달왕전.최고위전.대왕전등 불과(?)4개 대회에서 우승했다.李9단은 이제 국제용으로 변신한 것이다.
유창혁9단은 3월에 KBS와 SBS 두 TV속기대회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했고 4월엔 應씨배세계대회에서도 李9단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무적의 이창호도 이때는 잠시 비틀거리는듯보였다).상승일로의 劉9단은 그러나 본인의 자존 심이자 최후의보루였던 왕위타이틀을 李9단에게 빼앗겨 막판에 대추락하고 말았다. 서봉수9단은 승률 50%를 겨우 유지하는 극심한 슬럼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대신 40세의 김동면6단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내리 17연승을 거둬 큰 화제를 뿌렸다.저단진에선 최명훈4단이 가장 활발한 활약을 보였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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