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낭비 심한 브랜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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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사업을 쉽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신기술이나 독자브랜드개발로 신제품을 만들기 보다 외국에서 유명브랜드나 기술을 적접 도입해 상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독자브랜드나 기술개발에는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또소비자들의 외국 유명상표를 선호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이 때문에 우리가 외국에 지불한 로열티는 해마다 급증,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52%가 는 19억4천7백만달러,올해는 5월말 현재 12억5백만달러에 달했다.경상수지 적자확대에 한몫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 기술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산업,이를테면 첨단분야의 기술을 도입해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권장할 일이다.문제는 장사를 쉽게 하려고 마구잡이식으로 기술이나디자인지도도 받지 않은 이름만의 브랜드를 도입,소비를 조장하는행위다. 이를테면 브랜드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유아복은 없는 파코라반 브랜드가 국내 유아복에 붙여져 고가에 팔리고 있다.과연 유아복에까지 비싼 로열티를 무는 외국상표를 붙여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전면적인 시장개방으로 이처럼 기술.디자인.품질면에서 지도도 못받는 낭비적인 외국브랜드 도입은 더욱 기승을 부릴게 분명하다.그렇게 될 경우 관련 제조업,특히 중소기업은 점점 문을 닫고말 것이다.경공업의 공동화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독자브랜드를 개발,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상품이 많다.예컨대 중소기업의 구두제품공동브랜드인 「귀족」,신세대 캐주얼화 「두잉」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반도체.화학분야 등 일부 첨단분야에서 우리가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낭비적인 브랜드도입은 1차적으로 기업 탓이지만 외국상표만 무조건 선호하는 소비자도 문제다.또 기술이나 독자브랜드개발에 장애요인을 만든 정부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기업.소비자.정부 모두가 낭비적인 이름만의 유명브랜드 선호에서 빨리 벗 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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