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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 국내 1호 대암산 ‘작은 용늪’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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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0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서흥리 대암산 기슭에 도착했다. 민통선 안에 있는 대암산 정상 바로 아래쪽의 용늪(해발 1280m)에 오르기 위해서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4륜 구동형 차량으로 오른 지 30분, 너른 평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풀이었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일반적으로 보던 풀과는 달랐다. 동행한 양구생태식물원 주광영 박사가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인 사초”라고 설명했다.

두 개로 구성된 용늪 중 큰 용늪을 지나자 상류 쪽의 작은 용늪이 나타났다. 도로에 인접한 곳은 이미 늪이 아니었다. 도로와 길옆 경사면의 흙먼지가 빗물에 씻겨 흘러들며 푸석푸석한 맨땅이 드러나 있었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늪지의 동쪽은 인근의 군부대 연병장의 토사와 생활하수가 흘러들면서 마른 땅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바람에 딱딱한 바닥이 드러나 마른 먼지가 날릴 듯한 작은 용늪(上)과 보존이 비교적 잘돼 물이 고여 있는 큰 용늪(下)의 모습. [연합뉴스]

취재진이 둘러본 한국 내 람사르 습지 1호(1997년 등록)인 대암산 용늪은 중병을 앓고 있었다. 10월 28일 경남 창원에서 세계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환경부는 용늪을 복원하기 위해 군부대 이전과 도로 포장 등 비상책을 강구 중이다. 그러나 한번 훼손된 용늪이 제 모습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주 박사는 “고산습지는 기후와 지형적인 영향으로 비가 많고 영양분이 적고 온도가 낮은 곳에서 생긴다”며 “그런데 용늪은 토사와 그게 섞인 각종 영양분이 유입돼 육상식물이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이 사라지는 작은 용늪=작은 용늪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헬기장과 작전도로의 옆 절개지에는 토사가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도로 옆 경사지 곳곳에서 토사가 빗물에 씻겨내려 바로 옆 작은 용늪으로 흘러든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용늪 한가운데에는 차량 바큇자국도 뚜렷했다. 차가 지나다닌 곳은 도로처럼 땅이 딱딱하게 굳어 습지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작은 용늪 주변지역은 습지식물이 거의 사라지고 꼬리조팝나무·가는오이풀 등 습지가 아닌 일반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군락을 이뤘다.

용늪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군부대에서 내보내는 생활하수의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정화시설이 없어 작은 용늪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큰 용늪은 70년대 초까지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왔으나 77년 군부대가 용늪 한가운데 스케이트장을 만드는 바람에 습지가 훼손되고 습지식물도 고사했다. 현재는 부분적인 복원과 출입통제 등으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10억 예산 들여 복원 나서=환경부는 람사르 협약 총회를 계기로 올 2월 대암산 복원계획을 마련했다. 2000년 이후에도 경사면 훼손방지 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번에는 총 10억원의 예산을 들이기로 했다. 특히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다음달 말까지 훼손 사면에 떼를 입히고, 도로를 포장키로 했다. 포장재는 물이 스며들 수 있게 시멘트·콘크리트 대신 자연석이나 호박돌 같은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염과 훼손의 근본 원인인 군부대를 능선 반대편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진석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군부대를 인근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이전 비용을 환경부나 국방부 어느 쪽에서 부담할 것인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복원사업을 하더라도 잘못하면 또 다른 교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연구를 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제=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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