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로 구성된 용늪 중 큰 용늪을 지나자 상류 쪽의 작은 용늪이 나타났다. 도로에 인접한 곳은 이미 늪이 아니었다. 도로와 길옆 경사면의 흙먼지가 빗물에 씻겨 흘러들며 푸석푸석한 맨땅이 드러나 있었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늪지의 동쪽은 인근의 군부대 연병장의 토사와 생활하수가 흘러들면서 마른 땅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바람에 딱딱한 바닥이 드러나 마른 먼지가 날릴 듯한 작은 용늪(上)과 보존이 비교적 잘돼 물이 고여 있는 큰 용늪(下)의 모습. [연합뉴스]
◆물이 사라지는 작은 용늪=작은 용늪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헬기장과 작전도로의 옆 절개지에는 토사가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도로 옆 경사지 곳곳에서 토사가 빗물에 씻겨내려 바로 옆 작은 용늪으로 흘러든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용늪 한가운데에는 차량 바큇자국도 뚜렷했다. 차가 지나다닌 곳은 도로처럼 땅이 딱딱하게 굳어 습지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작은 용늪 주변지역은 습지식물이 거의 사라지고 꼬리조팝나무·가는오이풀 등 습지가 아닌 일반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군락을 이뤘다.
용늪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군부대에서 내보내는 생활하수의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정화시설이 없어 작은 용늪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큰 용늪은 70년대 초까지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왔으나 77년 군부대가 용늪 한가운데 스케이트장을 만드는 바람에 습지가 훼손되고 습지식물도 고사했다. 현재는 부분적인 복원과 출입통제 등으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김진석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군부대를 인근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이전 비용을 환경부나 국방부 어느 쪽에서 부담할 것인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복원사업을 하더라도 잘못하면 또 다른 교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연구를 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제=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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