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남북한 예술가·학자들 독일로 초청 한반도 통일 토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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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설『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81·사진)가 남북한 예술가와 학자들을 독일로 초청해 회의를 연다고 dpa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그라스는 남북한 인사들과 독일 북부 뤼베크에 있는 빌리 브란트 하우스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 등을 주제로 토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회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라스는 2002년 한국을 방문해 독일통일 과정에 대한 강연을 했다. 당시 그는 갑작스런 통일을 이룬 독일 모델보다는 점진적이고 균형있는 통일 과정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그는 “독일은 단숨에 통일하지 않고 연합체제라는 과도기를 거쳐야 했다”고 지적한 뒤 “한반도의 경우 일단 연합체제 안에서 남한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면 완전히 하나로 통일될 때 북한인이 남한인과 어느 정도 대등한 파트너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작가들은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 예술을 존중하고 제대로 평가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조각가이기도 한 그라스의 미술 작품이 19일부터 서울에서 전시된다. 독일 베를린 소재 ‘타멘 갤러리’는 2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그라스의 조각과 그래픽을 출품했다. 내년에는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그라스 작품 전시회를 차례로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타멘 갤러리 측은 밝혔다.

그라스는 독일 전후세대의 비판적 휴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다. 사회민주당에 입당해 ‘동방정책’으로 통일의 초석을 놓은 빌리 브란트 총리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인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양파 껍질 벗기기』라는 소설 발간을 앞두고 젊은 시절 나치 친위대에 복무했던 사실을 털어놔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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