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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청소년 술꾼 대학로 현장탐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1일 오전1시50분 서울종로구혜화동 마로니에공원.
평일인데도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7~8명이 원모양으로 둘러앉은 가운데에는 맥주 10여병과 소주 6병이 그대로 남아있고 빈병 20여개가 나뒹군다.
한 남학생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친구의 무릎을 베개삼아 잠들었다.
더러 대학생들도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10대 후반의 고등학생들.경기도 T여고 李모(17).金모(17)양이 남자친구들 틈에 끼여 술을 마신다.『1주일에 두번 정도 마시죠.주량은 소주한병반 정도예요.자주 안마시니 주량이 줄더라고요 .옛날엔 더 먹었는데….』(金양)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애들끼리 술자리를 가지면 평소 어려웠던 말도 많이 하게되고 분위기도 좋아지잖아요.요즘은 만나면 으레 맥주정도는 기본이에요.』(李양) 이들은 대학로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곧장 학교로 향할 예정이다.물론 부모님께는 독서실에서 밤샘한다고 얘기해뒀다. 李양과 金양처럼 90년대 중반의 우리 10대들은 음주행위를 부끄러워하거나 비행으로 여기지 않는다.술 권함을 미덕으로,술을 약물이 아닌 식품으로 여기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음주문화속에서 「청소년 술꾼」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범죄의 상당수가 음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3월 중순 중학생 3명이 부모의 잦은 불화에 화가 나술을 마신뒤 서울송파구석촌동 주택가에 세워둔 차량 18대의 백미러를 깨뜨린 혐의로 경찰에 긴급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동숭파출소 A경장은 『만취해 고성방가등 소란을 피우는 청소년들을 자주 접하지만 검문때 반항하기 일쑤여서성인들과 달리 통제하기가 힘들다』고 실토했다.
YMCA가 최근 중.고생 1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층의 음주실태」에 따르면 고교생의 80.0%,중학생의 47.7%가 음주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음주빈도는 ▶한달 2~3번 25.8%▶주 한번 7.7%▶2~3일 에 한번 3.1%로 나타났다.특히 0.9%에 해당하는 11명은 「매일 술을 마신다」고 응답,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10대들의 경우 알콜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서울M고 2년 K군(16.서울강남구논현동)은 요즘 알콜중독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중학 2년때부터 장난삼아 술을마시기 시작한 K군의 음주량은 평균 소주 2병.많이 마시면 5병까지도 마신다.1주일에 3~4번 정도 술을 마시 지만 시험이끝날 때쯤이면 거의 매일 마신다.
술집보다는 공사장.다리밑등 인적이 드문 곳을 술자리로 선호하는 K군은 최근 들어 아침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깨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밤새 누군가와 싸움을 벌인게 틀림없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또 알콜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인 손떨림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K군은 결국 부모손에 이끌려 정신과를 찾았지만 병세에 차도가없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김헌수(金憲秀)교수는 『입원할 정도로 중증은 아니지만 알콜중독 유사증세를 보이는 10대들이 최근늘고 있다』면서 『자기 정체성이 없는 시기인 청소년시절 술을 지나치게 마신 경우 의지력이 약해 치료가 더 힘들다』 고 말했다.
김준현.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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