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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하나 없는데 복덕방만 바글바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잠실3단지 상가는 지난해 역대 최고 분양가로 부동산업계의 화제가 됐다. 당시 분양가는 1층 기준으로 평당 최고 1억5000만원. 분양 1년이 지난 지금 이 상가에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빵집·편의점 등 주민 편의 업종은 들어서지 못하고 부동산 중개업소만 몰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업종이 궁금하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서울 잠실3단지 트리지움 상가는 지난해 역대 최고 분양가로 유명세를 탔다. 3.3㎡(1평)당 분양가는 1층 도로면 기준으로 최고 1억5000만원이었다. 잠실3단지(3696가구), 잠실4단지(2678가구)와 길 건너 잠실1단지(5678가구), 잠실2단지(5563가구), 잠실5단지(3930가구) 등이 밀집해서 유동인구가 많고 그들 대부분이 구매력이 좋은 부유층일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또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제한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가는 요즘 고(高)분양가 후유증을 혹독히 치르고 있다.

입점 1년이 지났는데도 듬성듬성 점포가 비어 있다. 현재 1층 62개 점포 중 부동산중개업소가 30여 개나 된다. 건물 도로 쪽에 접한 목 좋은 점포만 놓고 보면 이동통신·인테리어 전문점을 빼고는 대부분 중개업소가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 특수(입주 장사)를 예상하고 몰려든 것이다. P공인중개 대표는 “잠실 재건축 단지의 입주에 맞춰 입주 장사를 하기 위해 월세만 내는 ‘깔세방’도 있다”며 “중개업소가 떠나면 수지를 맞출 업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부동산중개업소는 지난달 분양을 시작한 엘스(1단지)와 리센츠(2단지) 상가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2~3층에는 금융기관 점포가 입주해 부자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은행 두 곳과 증권사 7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가에 입주한 대신증권 신천역지점의 임호성 부지점장은 “점포를 매입한 일부 금융기관에서 후회스럽다는 말이 나온다”며 “기대에 못 미치지만 새 아파트의 전세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입주자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안과 한 곳 외에 치과만 3곳이 입주했다. 한의원 두 곳도 문을 열었다. 4~5층은 공실이 수두룩하다. 흔한 빵집이나 분식점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은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가게가 많지 않다며 할인점·백화점, 신천역 상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집객(集客·손님 모으기) 실패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소문마저 돌아 상가 임차인과 주인을 괴롭히고 있다. 입주민들도 생활 편의 업종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생활 편의 업종이 들어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과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이 이 상가를 외면하는 것은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3.3㎡당 1억5000만원에 분양받은 상가 주인이 예금·대출 금리 수준의 수익률(연 6~8%)을 얻으려면 3.3㎡당 월세가 65만~87만원은 돼야 한다. 분양면적 16평(전용면적 6평대)의 경우 분양가만 20억여원이므로 월세가 1000만~1400만원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 정도 월세를 내고 버틸 업종은 별로 없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는 공실로 방치할 경우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유자는 상가를 팔아치우거나 월세를 낮춰 임대를 해야 할 판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6평대 상가는 보증금 1억~1억5000만원에 월세가 600만~8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에 비해 100만~200만원 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월세 수준에서도 이익을 남길 만한 업종은 찾기 힘들다.

이에 따라 분양가와 매매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분양 점포 가격은 현재 3.3㎡당 1억1000여만원 수준이다. 매물은 최근 3.3㎡당 9000만원짜리가 나왔으나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인근 재건축 단지 상가들은 3단지 상가의 실패를 거울 삼아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 1단지 상가는 최고 분양가를 3단지 상가의 3분의2 수준인 3.3㎡당 1억770만원으로 책정했다.

상가 전문가들은 그러나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분양가에 아직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한다. 거품 근거로는 분양가에 비례하는 임대료가 빵집·세탁소·미장원 같은 일반적인 아파트 상가 업종의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가격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분양가가 1억원을 웃돌면 아무리 목이 좋아도 고가아파트 거래로 수익이 나는 중개업소가 아닌 일반 상가들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일대 재건축 상가에서 성행하는 ‘통매각’도 분양가 거품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상가 미분양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분양대행사에 상가를 통째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고율의 마진이 붙는다. 예컨대 A상가의 경우 조합에서 B사에 800억원에 넘겼고 B사는 이를 12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유통마진이 지나치게 많이 붙었다는 평가다. 마진을 많이 붙이는 것은 조합원의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일부 조합원이 분양대행업체에 상가를 넘기면서 이익금 배분을 요구했고, 분양대행업체는 이들의 몫을 챙겨주기 위해 분양가를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 비리 문제가 당국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유통마진이 다소 줄어들면서 분양가도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오른 금리도 상가 투자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다. 불어난 이자를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아파트 상가 분양가는 당분간 하향 조정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잠실 일대에서도 입주장사를 노린 부동산중개업소가 빠져나가면 가격이 다시 급하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허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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