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유럽에 한복 참모습 알린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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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의 한복은 아직도 유럽에서 「한국의 기모노」로 표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유럽 주요도시에서 열린 우리의 순수 문화행사들은 기껏해야 동양화나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한복을 제대로 접해본 유럽인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처럼 파리에서 한복의 진면목을 알리는 한마당이 펼쳐져 많은 유럽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한복:바람의 옷,그 예와 오늘」이란 주제로 구성한 이 전시회는 지난 10일 파리 뤽상부르궁의 오랑즈리 전시장에서 개막됐다.
이 전시회는▶궁중의상▶서민복▶승복▶전통 결혼의상▶무녀복등 5개 주제로 한국의 옛 의상 40점과 이를 현대감각으로 재창조한현대한복 60점등을 22일까지 선보인다.
개막행사로 벌어진 한복 패션쇼에서는 적색과 청색 위에 금실로수놓은 궁중복과 옅은 황토색으로 깔끔하게 처리된 평상복등이 선보여 5백여 참석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을 경제동물이라고 폄하하던 유럽인들이 최근 기모노를 즐겨입는 이유는 자신의 문화를 세계속에 심으려는 일본인과 일본기업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한복을 단순한 옷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삶과 정서가 깃들인 엄연한 문화로 자 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모노」라는 모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전시회는 개인 차원의 행사이긴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부분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정부와 기업은 세계화란 구호만을 내세우지 말고 우리 것을세계에 똑바로 전하고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본격화해야 하겠다.
고대훈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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