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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놀이판을 벌여 보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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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풍성한 가을걷이 참에 찾아오는 한가위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명절이다. 여름 내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모처럼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을 먹으며 하루 종일 노는 자리다. 우리 조상은 강강술래·씨름·소싸움·거북놀이 등 전통 놀이를 즐겼다. 요즘엔 화투판을 많이 벌이지만 색다른 놀거리를 찾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봄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 즐기는 가족 문화 공간으로 노래방이 활용될 수 있다. 요즘 노래방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이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족·친척 모임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인터넷까지 연결되는 최신 기계 장비도 눈부시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왕 놀자고 왔으니 이것저것 기능을 익혀가며 최대한 본전을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기 전에 인터넷, 가서는 리모컨’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수.

먼저, 가려는 노래방에 ‘금영 반주기’가 설치돼 있다면 필통닷컴(feeltong.com)을, ‘TJ(태진) 반주기’라면 질러넷(ziller.net)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최신곡이나 인기곡 목록을 검색하고 미리 듣거나 연습해둘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의 애창곡 등록’ 메뉴를 이용하면 남이 노래 부를 동안 열심히 노래책을 뒤지며 부산 떠는 신세를 면할 수 있다. 노래방에 가서 기계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미리 등록해둔 내 노래 목록이 자동으로 뜬다. 마찬가지로 ‘나만의 배경 꾸미기’ 메뉴에서 사진을 올려놓고 노래방에 가면 노래 가사가 뜨는 화면의 배경을 바꿀 수 있다. 우리 가족 사진을 노래방 화면에 띄우는 깜짝 이벤트를 마련해보자.

이런 사전 준비 없이 노래방에 갔어도 리모컨을 가지고 조금만 궁리하면 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자신 없는 노래지만 불러보고 싶다면 ‘신곡 연습’ 버튼을 누른다. 반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수의 목소리도 같이 나와서 내 목소리를 커버해준다. 무난한 노래로 자리를 넘기고 싶다면 ‘연대별 애창곡’ 버튼을 확인해본다. 원하는 노래가 있으면 책자를 뒤적이기보다 ‘검색’ 버튼을 이용하자.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뿐 아니라 가사 첫 소절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자리에 어울리는 ‘영상 선택’ 버튼은 아주 유용한 분위기 메이커다.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싶으면 ‘디스코 메들리’나 ‘댄스 메들리’ 버튼을 눌러버리자. 반주기가 알아서 선곡한 신나는 노래들이 1절씩만,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실시간으로 전국 순위가 집계되는 ‘온라인 전국 노래 자랑’에 참가하거나 ‘노래방 게임’을 해보면 재밌다.

이렇게 모처럼 마련한 가족 노래방 회동의 추억을 오래 남기는 방법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UCC 사이트 프리에그(freeegg.com)에서 서울 홍대 앞에 세운 UCC 제작 센터를 노래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노래책이나 리모컨을 들고 끙끙거리지 않아도 터치 스크린으로 우아하게 노래를 선택하고 마이크를 잡으면, 벽면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가 알아서 촬영을 시작하며 커다란 화면으로는 노래하는 모습을 비춰준다. 뒤에선 블루 스크린이 내려와 도시의 야경, 불꽃놀이, 무지개 등 배경 영상 클립과 합성해준다. 이런 영상 녹화를 못하는 일반 노래방이라도 ‘녹음’ 기능을 서비스하는 곳은 꽤 있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전송’하면 나중에 인터넷에서 내려받거나 휴대전화 벨소리로 등록할 수 있다.

보드 게임이란 판 위에서 말이나 카드를 놓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이다. 화투도 원래 네덜란드산 보드 게임이었다.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간 뒤 다시 19세기에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바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보드 게임이라 할 만하고 윷놀이나 체스·장기·카드놀이 등도 모두 보드 게임의 일종이다.

보드 게임은 어렵고 지적인 게임도 있지만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쉽고 코믹한 것도 많아 가족 모임용 놀이 도구로 적합하다. 이런 ‘파티형 보드 게임’들은 기본적으로는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지만 경쟁이 과도해지지 않고 폭소를 유발한다. 단 몇 초 만에 간단히 게임 방법을 파악할 수 있고 기술이나 머리 싸움보다는 운에 따라 결과가 나오니 마음이 편하다.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말과 카드·피겨 등을 가지고 게임을 하다보면 눈도 손도 즐겁다. 무엇보다 보드 게임의 장점은 아날로그적인 측면이다. 주로 혼자 하게 되는 컴퓨터 게임과 달리 사람의 몸과 몸이 직접 모여야만 할 수 있는 게임일 뿐만 아니라 밋밋한 2차원 화면을 보며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때론 온몸을 던져가며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는 3차원 게임이다.

우선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 ‘젠가’. 나무토막을 탑처럼 높이 쌓고 하나씩 빼내다가 무너뜨리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다. 아슬아슬 나무 탑이 ‘흔들’ 할 때마다 다같이 소리를 지르다 보면 분위기가 화끈 달궈진다. ‘할리갈리’는 같은 모양의 카드가 나오면 먼저 종을 ‘땡’ 하고 치는 사람이 이긴다. 사람들이 점점 종 울리는 데 집착하게 되면서 의외의 천태만상이 벌어진다. ‘종 치기’ 대신 ‘손등 때리기’로 변질시켜 세게 즐기는 경우도 있다. ‘투어 코리아’는 유명 관광지 40곳이 표시된 우리나라 지도 위에 주사위로 말을 옮기면서 아이템과 카드를 모으는 게임이다. 각종 디지털 게임을 제치고 문화관광체육부 게임 공모전 2005년 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호러 게임이나 대통령 선거 게임, 미술품 경매 게임처럼 흥미로운 소재의 보드 게임도 많고 개봉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보드 게임들도 바로 바로 출시된다. 요즘에는 경제나 어학뿐 아니라 친환경이나 남녀평등 같은 사회 이슈와 연관된 교육용 게임이 많이 제작되는 추세다. 완구점이나 대형 수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구할 수 있는데 보통 2만~6만원 정도다.

베이징 올림픽 열기를 추석 가족 모임에서도 이어보면 어떨까. 그냥 보기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고 직접 체험하는 스포츠 게임기가 나왔다. 개인용 게임기 ‘닌텐도DS’에 이어 올 4월 발매된 ‘닌텐도 Wii’는 가족용 게임기라 부를 만하다. 비디오 게임기이기는 하지만 손가락과 눈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직접 움직여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4명까지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

TV에 게임기를 연결하고 리모컨을 손에 쥔 채 야구·테니스·골프·볼링 등 종목을 선택한다. 리모컨을 던지는 시늉을 하면 화면 속에서 야구공이 휙 날아가고 볼링공이 떼구루루 굴러간다. 리모컨을 휘두르면 화면 속 테니스 라켓과 골프채가 친 공이 ‘딱’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리모컨도 ‘붕~’ 하고 진동하며 손에 쾌감을 전달한다. 스포츠 하는 기분을 최대한 내고 싶으면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채 모양의 확장기를 사서 리모컨 위에 꽂을 수도 있다.

잘하면 환호하고 실수하면 야유를 날리며 옆에서 응원만 해도 꽤 재미있다. 양궁·육상·수영·복싱·체조 등 웬만한 종목이 거의 소프트웨어로 출시되었다. 리모컨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투포환을 돌리며 올림픽 영웅의 포즈를 취해봐도 좋겠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복싱 대결을 펼치거나 어머니와 아들이 체력과는 상관없는 수영 레이스를 펼치며 호흡 요령으로 승패를 갈라보는 것도 색다른 가족 체험일 듯. 인터넷이나 전자 제품 판매점에서 살 수 있다. 올 연말에는 ‘매트’도 출시돼 요가나 피트니스를 할 수 있게 된다. 게임기는 25만원, 게임 소프트웨어는4만원 내외, 리모컨 별도 구매 시 1만5000원이다.

이수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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