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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그린벨트 해제 신중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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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용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그린벨트 해제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도심지 주변에 그린이 아닌 그린벨트 지역을 택지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사이를 예로 들었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9일 그린벨트를 활용해 서민주택을 많이 짓는 계획을 서민주택 공급 방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수요가 몰리는 도심 가까운 곳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주택정책 방향에 동의한다. 그러나 도심 주변에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것과 그린벨트를 풀어서 대규모 택지를 공급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도심 주변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도심의 낙후지역을 재개발하고 노후건물을 재건축하는 것만으로도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필요한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땅값이 비싼 도심지역에 재개발과 재건축만으로 무작정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대뜸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나서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더욱이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사이의 그린벨트를 풀어 온통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개발 만능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그린벨트를 어렵사리 유지해온 취지와도 어긋난다.

지금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국민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2020년까지 해제하기로 한 총량(124㎢) 가운데 이미 98㎢가 해제됐고, 남은 것은 26㎢뿐이다. 이 범위 내에서 택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그 이상 그린벨트 해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주택문제와 별개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