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난지도 신공항고속도로 건설로 마을 완전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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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천 난지도(蘭芝島)가 사라진다.
서울마포구상암동의 난지도(蘭芝島)와 마찬가지로 야생란과 진기한 약초가 많이 난다고해 이름붙여진 인천 난지도는 웬만한 인천사람도 이곳 출신이 아니면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한때 인천서부지역에서 가장 잘사는 섬마을이었던 곳.
하지만 그동안 염전개발과 매립사업으로 육지로 변한데 이어 이제 신공항고속도로 개설로 곧 기억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난지도는 6.25 직후인 지난 54년까지만해도 육지인 경서동과 갯벌을 사이에 두고 2백여 떨어진 1만2천여평 규모에 해안선 길이가 2㎞ 남짓한 조그마한 섬마을이었다.
섬마을 시절 이곳에는 22가구 89명의 주민이 마을 앞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과 조개를 나룻배를 이용해 육지에 내다팔아주위 마을중에서는 가장 잘살았다.
평화스런 어촌마을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55년부터.
한 염전업체가 섬과 육지 사이의 갯벌을 메워 염전으로 개발하면서 난지도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된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70년대초 염전은 다시 18홀 규모의 골프장(인천국제컨트리클럽)으로 변했고 80년대 들어 동아건설이 인천서구일대에 매립공사를 벌이면서 지금은 해발 35의 야트막한 야산 주위에 가옥 13채만 쓸쓸히 남아있을 뿐이다.
더욱이 올들어서는 난지도에 사람사는 이야기가 끊어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영종도에 새로 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신공항고속도로가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게 돼 가옥 13채중 12채가 연말께부터 헐리게됐기 때문.
대부분 주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주를 마친 상태여서지금은 가옥 13채중 5채에 5가구 8명의 주민만이 외롭게 마을을 지키고 있을뿐이다.
5대째 이곳에 살고있는 김정규(金政珪.59)씨는 『고속도로가골프장을 피하기 위해 마을을 관통하는 바람에 마을이 없어지게 될 이 기막힌 일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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