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연재20회 중간결산 기업문화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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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서로 엇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마다 특이한 의사결정등 경영스타일과 권력구조.기업문화를 갖고 있다.2월부터 6개월째 연재중인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시리즈를 취재하면서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느 낀 점이다.그간 연재한 20대 그룹들에 대한 설문조사및 전문가 의견등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의 기업문화를 살펴본다.
[경제2부 기자 12명 공동취재] 『삼성물산 사원은 비교적 치밀하고 도덕심이 강하다.현대자동차 사원은 단순하면서도 대범하고 임기응변에 강하다.선경인더스트리 사원들은 보다 내향적이고 겸손하며 안정을 중시한다.』 조영호(趙永鎬) 아주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대기업의 기업문화특성」이란 논문에서 일부 기업 사원의 행동양태를 조사해 이같이 묘사했다.언뜻보기에는 엇비슷해 보이는 샐러리맨들이지만 다른 직장의 문화속에서 행동양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총수 스타일=해당 기업문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회장이 선두에 서서 그룹을 이끌어가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에서 맡겨놓고 지켜보는 위임형에 이르기까지 폭이 크다.한진.금호.한라그룹등이 대표적인 만기친람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이경 우 의사결정의 축은 당연히 회장이 된다.흔히 말하는 추진력을 갖춘 기업들이 갖는 공통분모다.현대그룹의 경우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지만 그룹명예회장의 후견인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만기친람에 가까운 보스형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그룹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절충형(회장과 계열사사장들이 의사결정권을 적절히 나눠 행사)이라고 밝혀 가장 무난한 경영스타일로 꼽혔다.취재진이 보기엔 만기친람형이 분명한 일부 그룹들도 절충형으로 응답했다.위임형으로는 삼 성.선경등이 대표적이다.이른바 자율경영을 지향하는 스타일이나 핵심사항은 총수가 직접 챙긴다.
◇의사결정과정=20대그룹의 절반 가량이 회장결재란이 있다.
이중 현대.LG.금호.한보등은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만 회장결재를 받고 있다.결재단계는 4~5개가 주류이나 3개 또는 6~7개도 눈에 띈다.삼성.현대등 4대그룹은 모두 운영위원회.간담회등 명칭으로 핵심경영자들의 회의체가 있다.
다른 그룹들도 대체로 사장단회의등을 통해 총수를 보좌한다.가급적 다수가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한다는 취지인데 모이는 횟수,회의를 주재하는 사람등 운영방식은 그룹마다 천차만별이다.
◇실세 경영인.계열사=4개그룹만이 창업주가 회장을 맡고 있다.재계의 세대교체를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사장급 이상을 기준할때 수적으로는 전문경영인의 비율이 높으나현대.LG.한진.금호그룹등은 오너의 형제.아들등이 경영에 다수참여하고 있다.다만 이들은 오너가족보다 전문경영인으로 불리기를원하는 것이 특징.가장 파워있는 계열사로는 역시 그룹내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주력기업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회사분위기=각 그룹이 강조하는 스스로의 분위기는 ▶삼성은 치밀하고▶현대는 추진력이 있으며▶LG는 화합을 강조하고▶한진은「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등이다.
두산그룹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LG와 비슷하다고 임직원들은 말한다.한보는 「한번 맺은 인연을 절대 버리지 않는」점을 자랑(?)한다.한라는 삼성과 현대를 합친 분위기라는 지적이다.금호그룹은 형식을 싫어하며 예술애호가가 많은 것이 특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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