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뇌수술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돌출했지만 환율과 금리는 오히려 내림세를 탔다.
이날 5조원가량의 외국인 보유 국고채 만기가 몰렸지만 상환은 순조로웠다.
이번에 상환된 자금이 국내에 재투자될지 여부는 1~2일 뒤 알 수 있으나, 과거 사례로 볼 때 대부분 한 달 안에 재투자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이어져 이날도 외국인들은 6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외국인들이 만기 채권을 달러로 바꾼 뒤 일시에 빼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위기설은 결국 헛방에 그친 셈이다.
하지만 위기설을 증폭시킨 불안 요인은 여전한 만큼 앞으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8원 떨어진 1095.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크게 올랐던 환율은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108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도 장 초반부터 달러를 틈틈이 풀며 환율 하락을 유도했다. 여기에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안정이 최대 목표”라고 강조한 것도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김두현 차장은 “위기설은 이미 소멸됐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어서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 “김 위원장 뇌수술 소식도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도 내림세를 지속했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연 5.77%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위기설이 맹위를 떨치던 이달 초 6%를 넘어서다 6일째 떨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뉴욕에서 11일(현지시간)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성공적으로 발행될 경우 위기설은 완전히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주가가 하루 새 반 토막이 난 데서 드러나듯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진행 중인데다 여기에 북한 리스크까지 가세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신용위기로 외국인들이 가뜩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후계구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 뇌수술은 북핵 문제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