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변수’ 에도 외환·채권 동요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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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월 위기설’은 사실상 소멸됐다. 위기설의 고비로 지목된 10일 외환·채권시장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뇌수술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돌출했지만 환율과 금리는 오히려 내림세를 탔다.

이날 5조원가량의 외국인 보유 국고채 만기가 몰렸지만 상환은 순조로웠다.

이번에 상환된 자금이 국내에 재투자될지 여부는 1~2일 뒤 알 수 있으나, 과거 사례로 볼 때 대부분 한 달 안에 재투자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이어져 이날도 외국인들은 6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외국인들이 만기 채권을 달러로 바꾼 뒤 일시에 빼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위기설은 결국 헛방에 그친 셈이다.

하지만 위기설을 증폭시킨 불안 요인은 여전한 만큼 앞으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8원 떨어진 1095.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크게 올랐던 환율은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108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도 장 초반부터 달러를 틈틈이 풀며 환율 하락을 유도했다. 여기에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안정이 최대 목표”라고 강조한 것도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김두현 차장은 “위기설은 이미 소멸됐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어서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 “김 위원장 뇌수술 소식도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도 내림세를 지속했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연 5.77%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위기설이 맹위를 떨치던 이달 초 6%를 넘어서다 6일째 떨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뉴욕에서 11일(현지시간)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성공적으로 발행될 경우 위기설은 완전히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주가가 하루 새 반 토막이 난 데서 드러나듯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진행 중인데다 여기에 북한 리스크까지 가세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신용위기로 외국인들이 가뜩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후계구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 뇌수술은 북핵 문제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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