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 관광사업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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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국 관광산업이 무너지고 있다.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해외여행 열풍」으로 올 여름 휴가철에만 1백만명이 외국으로 나갈 전망이다.반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올들어 5월말 현재 여행 수지 적자는9억3천만달러.연간으로는 25억달러에 달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게다가 높은 여행물가,열악한 관광인프라,규제일변도 관광정책,교통난,무질서,불친절이 얽혀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시는오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관광산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본다.
[편집자註] 『일본인들에게 한국여행상품이 그렇게까지 매력이 떨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상반기에 부진했던 일본인 관광객유치실적을 하반기에 만회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에서 일본여행사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던 한남여행사 김기태사장은 「두꺼운 벽」을 실감했다.金사장은 이 미팅에서 『7~8월에 한국으로 가는 여행상품을 기획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한마디로 과거처럼 한국에 관광객을 보내지 않겠다는 「단절선언」인 셈이다.일본여행사들은 한국여행상품을 만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내용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점을 꼽았다.
요즘 외국인들을 국내에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업체들이 예외없이 부닥치는 벽은 가격경쟁력 문제다.이 때문에 우리의 최대시장인 일본여행사와 일본관광객들은 한국시장을 외면하고 있다.통계수치로도 이같은 부진은 여실히 나타난다.
올들어 5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외국 관광객수는 1백46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줄었다.특히 외래관광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관광객은 6.5%나 줄었다.일본인 관광객유치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
일본의 대표적인 해외여행상품 안내책자인 『AB 로드』가 95년말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여행지 인기순위에서 한국은 31위를 차지했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일본교통공사(JTB).긴키닛폰투어리스트등 일본 굴지 여행사들의 해외여행상품 소개 카탈로그에서 한국여행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일본외에 다른 나라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도 발걸음을 동남아등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상품의가격경쟁력이 최근 2~3년새 태국.홍콩.싱가포르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인 JTB의 여행영업판매부가 올초 자체분석한 자료에는 이같은 사실이 잘 나타난다.

<그래픽 참조> 3박4일 지상비(地上費.관광하는 국가 현지에서 쓰는 비용)를 지수화했을때 방콕이 100이라면 싱가포르는 109,홍콩은 186,대만은 212였다.한국은 무려 282에 달했다.한국만을 놓고 봐도 92년의 지상비를 100으로 볼때 올 상반기에는 183으로 뛰었다.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디로 갈지는 자명하다.
심지어 한국을 여행할때 드는 비용은 우리보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세배나 많고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일본과 거의 맞먹고 있다.

<표참조> 일본전문여행사인 국내 HIS여행사가 자체분석한 한.일 양국간 지상비 비교는 이제 한국의 가격경쟁력은 머지않아 일본보다도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국내 특급호텔에서하룻밤 자는데 드는 비용은 17만원선으로 일본 힐튼호텔에서 자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이 한국보다 물가가 훨씬 비싼데도 이처럼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은 관광업계간 협조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2박3일의 주말 골프상품을 팔았던 비룡항공사 오창석사장은 씁쓸한 기분이다.吳사장은 『구마모토 골프장의 그린피는 2만1천엔이지만 구마모토현에서 한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그린피 1만엔을 보조해주었다』며 『지자체.호텔.여행사가 상호협조하는 일본의 잠재적인 가격경쟁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吳사장이 판매한 골프투어상품의 일본지 상비는 두번의 골프투어를포함해 4만2천엔(약 30만원).제주도에서 2박3일 호텔에서 자고 먹으며 중문CC(주말 그린피 8만7천원)를 이용할 때도 비슷한 가격이 나온다.
대한여행사 설영기사장은 한국여행상품 가격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로 「가파른 호텔비 상승」을 들었다.단체관광객에게 적용하는특급호텔요금은 93년 상반기 10만2천3백원이었던 것이 올상반기에는 17만4천2백원(트윈차지 포함)이었다.불 과 3년새 70%나 오른 셈이다.호텔비가 비싸다는 사실은 여러 기관의 조사에서 그대로 나온다.최근 유럽의 물가기관 유러스타트가 전세계 1백41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호텔체재비에서 서울은 7위를차지했다.
호텔업계는 올 하반기부터는 평균 15%가량 내릴 계획이다.그러나 호텔비를 내려 외국 관광객을 일시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지몰라도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있는 한국관광산업을 근본적으로 회생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이 문제다.한국 관광산업이 부진한데는 부족한 호텔객실외에 빈약한 여행상품,교통난,불친절,외국인에 대한배타적인 자세,규제일변도의 관광정책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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