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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곡가 박시춘씨 83세로 他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달 30일 83세를 일기로 작고한 박시춘(朴是春.본명 朴順東)씨는 격변기를 헤쳐온 대중의 가슴을 정감 있고 구슬픈 노래로 달래준 대작곡가였다.그가 남긴 히트곡의 시대순은 곧 파란과 굴절의 한국 현대사와 풍속도였다.
38년 비운의 가수 남인수의 낭랑한 목소리로 발표된 『애수의소야곡』은 사랑하는 여인의 창가에서 연정을 호소하는 서양의 세레나데를 우리식으로 표현한 노래.남존여비의 봉건적 인습에 반감을 품고 자유연애를 주장하던 당시의 「신여성」들 은 물론 장안의 기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으로 전해져 온다.
39년작 『감격시대』는 가사가 해방직후 나라를 되찾은 환희에들떠 있던 대중의 정서와 들어맞아 널리 애창됐다.또 47년작 『신라의 달밤』은 현인의 독특한 창법과 회고조의 가사.이국취미를 자극하는 가락으로 삽시간에 혼란기 대중을 사 로잡았다.
朴씨가 남긴 걸작중 상당수는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나왔다.정훈장교로 종군하면서 예술혼을 불태운 朴씨의 눈에 비친 동족상잔의비극과 전쟁의 시름은 고스란히 오선지위에 옮겨졌다.
낙동강 전투와 북진 상황을 묘사한 진중(陳中)가요 『전우여 잘자라』,임시수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별의 부산정거장』,1.4후퇴의 비극을 그린 『굳세어라 금순아』,고향을 떠나온 병사의 애환이 담긴 『전선야곡』등은 모두 전란중에 만 들어진 노래다. 경남밀양생으로 31년 일본 오사카(大阪)중앙음악원을 졸업한 朴씨는 모두 3천여곡을 작곡,이 가운데 1백80여곡은 아직도 노래방등에서 애창되고 있다.이같은 공로로 82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김예비(金禮妃.73)씨와 3남3녀.발인 3일 오전10시.장지는 경기도남양주시와부읍.476-1899.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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