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인 시설 ‘더불어복지재단’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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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복지재단에 들어서자 권 전 장관의 아들 순욱씨가 삐뚤삐뚤 어렵게 쓴 ‘더불어’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이 눈에 띄었다. “저렇게 글씨 하나도 제대로 못 쓰는 애한테 대학 가라고 하는 게 한국 특수교육의 현실이죠.”

1급 중증장애인 50여 명이 생활하는 기숙생활 시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장애인들은 콧줄로 미음을 넘기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연고도 없이 버려진 이들. 최선을 다해 돌보지만, 각종 지병으로 1년에 3~4명은 운명을 달리한다. 서정희 이사장은 “기저귀값만 한달에 200~300만원씩 들지만, 제발 이곳에서 죽어 나가는 장애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재단 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을 위한 목욕탕 시설을 갖추기 위해 그는 ‘앵벌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발소 의자와 목욕수건을 비롯, 세수대야까지 대부분 물품이 재활용품이다. 그는 “대구 지역에서 쓸만한 물품은 다 가져다 썼다”며 “이제는 말 하지 않아도 폐업하는 가게가 있으면 물건 가져가 쓰라고 전화가 올 정도”라고 말했다.

아들 순욱씨는 주간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사물놀이, 종이접기, 꽃꽂이, 서예 등을 배우며 삶의 의욕을 되찾고 있다. 또 장애인작업장에서는 비닐하우스 졸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신의 나이는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졸대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는 안다는 이들. 작업장에서 10여년동안 일했다는 이상은(49)씨는 “재밌다. 재밌다”라는 한 단어를 연발하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권 전 장관은 “복지재단 원년멤버(?)인 이씨가 일을 하면서 삶의 재미를 느껴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음지었다.

처음 직원 2명으로 시작한 복지재단을 직원 30여 명, 자원봉사자만 300여 명이 일하는 곳으로 발전시킨 권 장관과 서 이사장. 그러나 이들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얼마전 복지시설 건물 신축공사를 했는데, 핏물이 흐른다고 구청에 제보가 들어갔더군요. 알아보니 황토였는데,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혐오시설로 받아들여 그런 신고를 한 거예요. 도와달라는 얘기는 안 할게요. 제발 우리 아이(자신이 보살피는 장애인을 ‘아이’라고 불렀다)들이 이 공간에서 만큼은 편히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후원문의 053-981-6086~7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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