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네덜란드 농무관 북한 방문기

중앙일보

입력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의 월퍼 스티머스 농무관은 지난 5월 방북해 북한 농업의 실태를 둘러보았다.네덜란드 농수산자연관리부가 발간하는 ‘해외소식’ 6월호에 실린 그의 방북기를 소개한다.

북한이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북한 관리들과의 대화도 식량 원조와 농업 개발에 집중됐다.

북한 정부는 심각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대로 강력한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방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네덜란드의 농업 기술을 북한에 전수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금 부족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유엔.세계은행.비정부기구(NGO) 등의 투자와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번 방북 기간 중 이탈리아의 한 사업가로부터 자신은 북한에서 현금 대신 고철과 철광석 등을 받아 이를 중국에서 처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북한의 농업은 거의 황폐화됐다. 농토가 남벌(濫伐) 에 따른 침식작용으로 심하게 훼손돼 생산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그 결과 북한은 지난 수년간 세계식량계획(WFP) 으로부터 필요 식량의 3분의1을 지원받아야 했다. 이 수치는 유네스코.유엔식량농업기구(FAO) .NGO.일본 등 수많은 단체와 국가들이 원조한 식량은 제외한 것이다.

게다가 겨울철 혹한도 간단치 않다. 외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인구는 1995~98년에 32만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이는 북한 주민이 기아와 추위로 희생됐음을 뜻한다.

지난 수년간 최소한 농업 분야에서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벼농사보다 농법이 훨씬 더 쉽고 기후에도 알맞은 감자농사가 더 적합하다. 네덜란드와 북한은 몇년 전부터 씨감자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는 감자 품종이 무엇인지를 공동 연구하기로 이번 방문 기간에 합의했다. 우량 품종이 선정되면 대량 재배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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