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종합능력 평가 면접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09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 실시된다.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의 성적은 물론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로 합격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카이스트의 입학전형을 참고하자. 잠재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면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종합능력 평가 면접에서 잠재적 가능성을 인정받아 카이스트에 합격한 이수빈(17·사진)군을 만나봤다.

카이스트는 지난해부터 서류전형의 평가기준을 다양화하고 종합능력평가 면접을 도입했다. 서류전형에서는 성적뿐 아니라 교과외 활동에도 중점을 두어 지원자의 고교생활 전반을 살폈다. 교수 앞에서 시험문제를 풀었던 기존의 면접도 종합능력평가 면접으로 바꿨다. 그룹토의, 개인면접, 개인과제 발표 등 3가지 파트로 구성된 이 면접은 하룻동안 여러 면접관들이 한 학생의 잠재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한다.

충북과학고를 나온 이군의 고교시절 성적은 전교생 44명 중 20등. 서류전형 커트라인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는 물리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 정리한 자료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물리 경시 동아리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때 썼던 자료와 멀티미디어 동아리에서 만든 뮤직비디오 CD는 물론 노트필기 사본까지 동봉해 간신히 약 4:1의 서류전형 경쟁률을 뚫었다.

이군은 “서류는 거의 꼴등으로 통과했지만 면접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면접은 학교 성적이나 출신고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새롭게 바뀐 면접이 자신에게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자신의 친화력과 사교성, 자신감 등을 최대한 보여주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 면접에 사활을 걸었다.

그룹토의는 조원들이 사회자와 서기를 뽑고, 한 가지 주제를 택해 자율적으로 토론하는 것이다. 이군은 “이왕에 하는 거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돼요”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사회자를 지원해 토론을 주도했느냐고 묻자 “사회자가 되면 독창적인 의견을 낼 수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우리 조의 토론주제는 ‘아프리카는 왜 못 사는가’였어요. 저는 언어가 통일되지 않아서라고 말했죠. 영어처럼 국제적으로 통일된 언어를 사용해야 아프리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순전히 제 생각이었어요.”

끝까지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감점의 요인이다. 상대방이 옳다고 생각되면 유연하게 수용해야 한다. 이씨는 “발언권을 독점하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라”고 조언했다. 리더십이란 다른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끌리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면접관들은 이군의 포용력과 배려에 큰 점수를 줬다.

개인면접은 순발력과 창의력을 요구한다.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에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연관된 질문을 연이어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결국에는 들통이 나게 된다”며 “질문의 의도를 간파하고 솔직하게 답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군은 ‘핸드폰 주소록에 몇 명이 저장돼 있냐’는 질문에 이어 ‘그 중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질문의 예로 들었던 ‘전국의 이발사는 몇 명인지’에 대한 답을 묻자 “케이블TV에서 하는 ‘서인영의 카이스트’를 보면 알 수 있어요”라고 재치를 발휘했다.

개인과제 발표의 주제는 ‘자기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군은 고민 끝에 과학고 시절,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R&E(Research & Education)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발표했다. 과학고 학생과 대학교수들의 협동연구 과정인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창발현상’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최고등급을 받았다. 신소재 공학과 김도경(49)교수는 “이 발표를 통해 수빈군의 과학적 사고력이 증명됐고, 입학 후에도 다양한 연구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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