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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정보 유출 4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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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GS칼텍스 회원 1100만 명의 정보 유출 사건은 자회사 직원 등의 소행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사건을 언론에 처음 알린 제보자 역시 일당과 짜고 제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병귀 수사실장은 7일 “GS칼텍스의 회원 정보를 빼돌려 판매하려 한 자회사 직원 정모(28)씨와 고교 동창 왕모(28·회사원)씨에 대해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과 짜고 고객 정보가 담긴 DVD를 일부 언론에 제공한 왕씨의 후배 김모(24)씨 역시 영장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한 달간 고객정보 유출=정씨는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관리를 맡은 GS넥스테이션 직원이다. 그는 7월 네트워크 담당 업무로 자리를 옮겼다. 본인의 접속 권한으로 고객 내부 서버에 접속, 정보를 빼돌릴 수 있음을 파악했다.

정씨는 왕씨 등과 범행을 모의했다. 그러곤 7월 초부터 한 달간 GS칼텍스 보너스카드 고객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약 11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렸다. 한 달간 수백 차례에 걸쳐 서버에 접속했다. 한 번에 2만~3만 명씩 고객 정보를 내려받아 사무실의 업무용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 8월 29일 정씨는 이를 한데 모아 동료인 배모(30·여·불구속 입건)씨에게 건넸다. 배씨는 넘겨받은 정보에서 주민등록번호·성명·주소·자택전화·휴대전화번호·e-메일 계정을 빼내 76개의 엑셀 파일로 나눠 DVD 1장에 모아 돌려줬다.

◆판로 확보 위해 허위 제보=정씨는 왕·김씨와 함께 ‘판로’를 찾았다. 안찬수 수사1팀장은 “정씨 등이 애초 중국 등을 경유해 빼돌린 고객 정보를 팔아넘기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유출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기로 결심했다. 안 팀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 유출 사건이 보도되면 빼돌린 정보를 더 쉽고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씨 등이 개인적인 빚 등으로 돈이 필요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고객 정보를 빼내 회사에 협박을 하려다 이후 방법을 바꿔 먼저 언론사에 고객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9월 2일 김씨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직장 상사의 소개를 받은 언론사 기자와 방송국 PD 등 4명을 만났다. 그는 고객 정보가 담긴 DVD·CD를 건네며 “유흥가 골목 쓰레기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총 5장의 DVD를 복사해 배포했다. DVD 폴더명 등엔 고의로 ‘GS칼텍스’ 회사명을 넣었다. 언론 보도 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서버 로그 기록 분석을 통해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붙잡았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찾아 DVD의 회수에 나서는 한편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날 홈페이지에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마련했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정보 유출이 내부자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확인되자 온라인엔 GS칼텍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동국 변호사는 이날 포털 다음의 카페에 ‘집단 소송에 참가할 소송인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사건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불법 유출한 것으로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1인당 200만원을 청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백승우 변호사 역시 인터넷에 소송인단 모집 공고를 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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