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 발상지 간사이 위상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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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에도(江戶)시대 이래 3백년 가까이 일본경제계를 주름잡아온 오사카(大阪).고베(神戶)등 간사이(關西)지역의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밀집해 활력이 넘치는 곳이자 일본 주요 거대기업의 발상지이기도 한 간사이지역은 지난해부터 대형 경제사건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이제는 회복국면에 있는일본경제의 「화약고」라고까지 불리는 상황이다.
최근 자사 직원의 구리 부정거래로 18억달러의 손실을 본 스미토모(住友)상사의 근거지는 오사카.또 지난해 뉴욕지점의 채권거래로 11억달러의 손해를 봐 세계경제에 충격을 준 다이와(大和)은행도 오사카가 고향이다.
다이와은행이 사고직후 수습책으로 좋은 조건을 내건 다른 은행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스미토모은행과 합병을 적극 검토했던 것도「같은 뿌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달초 폭력배와 결탁한 총회꾼 문제로 사장까지 인책사임한 일본 최대 백화점인 다카시마야(高島屋)도 오사카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또 지난해 8월 제2의 지방은행인 효고은행(본점:고베시)이 거액부실채권으로 파산하는 등 간사이 금융기관들도 심각한곤경에 처해있다.
일본 제일의 상인기질을 자랑하던 간사이지역 기업들이 이렇게 몰락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그중에는 간사이 특유의 전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즉 미쓰이(三井)등 도쿄를 본거지로 한 기업들이 현대적 경영방식을 오래전부터 도입한 반면 간사이 출신 기업들은 인맥과 전통적 상관행을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이와은행과 스미토모상사의 대형사고도 현대식 경영의 인사기본원칙인 정기적 인사교류와 상호감시.감독기능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게다가 폭력배가 오래전부터 기업에 관계해총회꾼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간사이지역이 주요무대가 됐고 금융거래에서도 주거래은행 방식보다 여러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방식을 선호,자칫 연쇄파탄의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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