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원의 러브 터치] 여성은 남성의 9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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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은 성 생리가 다르다. 그 때문에 성 심리나 그에 따른 성행동이 다르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사랑과 섹스의 관계에 있어서 남성은 ‘감각’이 더 중요하고 여성은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진화생물학적인 설명도 재미있다.

어쨌거나 사랑과 섹스에서 남성과 여성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느끼고 얻는 바도 다르다. 많은 이가 관계를 가질 때 감각적으로는 누가 더 좋은가를 궁금해 한다. 이 궁금증은 신들도 예외가 아니었던지,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도 이 문제로 입씨름을 했다고 한다. 제우스는 여성이 더 좋을 거라고 주장했고 헤라는 남성이 더 좋을 거라 했다. 헤라가 물러서지 않고, 논쟁이 점점 심해지자 제우스는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살아본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물어보기로 했다. 테이레시아스는 ‘여자였을 때가 아홉 배나 더 좋았다’고 대답했다. 논쟁에서 진 헤라는 화가 나 그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이기기는 했으나 제우스는 헤라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아홉 배라니!).

남성이 느끼는 오르가슴보다 무려 아홉 배가 높은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건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보다 훨씬 강렬한 것 같다. 특히 남성의 오르가슴이 사정이라는 단순한(?) 배설의 쾌감과 섞인 것뿐이라면, 여성의 그것은 음핵 오르가슴, 질 오르가슴, 그리고 최근 유명해진 G스폿 오르가슴 등 종류도 더 많다. 물론 그 오르가슴의 느낌 또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또 남성이 한 번의 사정으로 끝난다면, 여성은 몇 번이고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을 멀티 오르가슴이라고 한다. 한번 오르가슴에 오르고 조금 뒤 다시 자극을 주면 또 쉽게 오르가슴에 오른다. 음핵 오르가슴을 느낀 후 G스폿·질 오르가슴에 이르면 더욱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신은 여성에게만 이런 즐거움을 배로 주셨을까. 오르가슴은 여성을 성적으로 행복하게 해주지만, 무엇보다 생식에 긴히 관여한다. 그래서 필자는 오르가슴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열정의 콩깍지도 결국은 인간의 번성을 의도한 조물주의 ‘숨겨진 장치’라는 생각을 한다.

오르가슴을 느끼면 여성 자궁 입구의 질은 넓어진다. 그리고 질과 자궁은 정자를 받아들이는 수축을 하게 되기 때문에 임신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또 오르가슴이라는 멋진 감각을 느껴 본 여성은 섹스를 더 자주 원하게 될 것이다. 여성의 강렬한 오르가슴에는 이렇게 생식의 비밀이 숨어 있다.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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