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의 대부 섹스 피스톨스 18년만에 다시 뭉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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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년의 섹스 피스톨스는 어떤 모습일까.75년 결성돼 3년만에해산한 섹스 피스톨스의 멤버들이 다시 모여 오는 21일 핀란드공연을 시작으로 전세계 순회 공연을 갖는다.이들의 공연일정은 동구권을 포함한 유럽전역(6,7월)과 미국.캐 나다.멕시코등 북미지역(8월),호주.뉴질랜드(10월)공연등으로 빽빽이 짜여 있다.또 11월에는 오사카.도쿄.후쿠오카.나고야등 일본 주요 도시를 순회할 예정.
이번에 재결성하는 멤버들은 조니 로턴(40.보컬)을 비롯,글렌 매틀록(40.베이스),스티브 존스(41.기타),폴 쿡(40.드럼) 등 4명.창단 당시의 라인업 그대로지만 10대 후반이었던 멤버들은 이제 불혹을 지났다(네명의 멤버중 베이스 연주자매틀록은 77년 시드 비셔스로 바뀌었는데 비셔스는 79년 약물과용으로 숨졌다).재결성한 섹스 피스톨스는 실황음반과 싱글을 7월중순 발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섹스 피스톨스는 비틀스 이후 대중음악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그룹으로 꼽힌다.이들이 표방한 펑크록의 전통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많은 후배 록밴드들에 의해 계승돼 90년대 세계 팝음악의 주류가 된 올터너티브 록을 탄생시킬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발휘했다.
섹스 피스톨스의 펑크 음악은 기성의 질서와 체제를 전면적으로거부하는 것이었다.77년6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기간에 맞춰 발표한 『고드 세이브 더 퀸』은 그런 성향을 잘 드러내는 곡이다.영국국가 에 「노 퓨처포 유/노 퓨처 포 미」란 가사를 붙인 이 노래는 제목과 달리영국 왕실로 상징되는 기존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비아냥이었고 BBC에 의해 방송금지됐지만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영국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인기차트 2위까지 올라갔다.
또한 이들의 대표작인 『아나키 인 더 유케이』는 이들의 무정부주의적인 성향을 담은 가사를 굉음에 가까울 정도로 징징거리는기타 반주에 맞춰 표현한 곡.국내에서도 금지곡으로 묶여 있지만록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장에서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
이들의 재결성 소식은 숱한 화제와 함께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악동」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조니 로턴은 최근 한인터뷰에서 『펑크를 한다는 요즘 후배들의 음악은 정치적인 입장이 전혀 없고 상업적인 경향이 너무 강하다』고 비판하며 『펑크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지난 시점에서의 재결성은 청년시절의 순수했던 이상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상업성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권위있는 록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은 최근호에서 『96년 여름은 펑크의 순수함을 잃게 되는 공허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롤링 스톤』은 80년대 중반 섹스피스톨스의 단 한장뿐인 정규 스튜디오 음반 『네버 마인드 볼록스』를 비틀스의 『사전트 페퍼스 론 리 하트 클럽 밴드』에 이어 록 역사상 두번째 가는 명반으로 선정했던 잡지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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