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청소년 문화존’ 행사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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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는 청소년들. 곱지 않은 시선도 많지만 이들에게 춤과 노래는 소중한 문화이자 꿈이다. 청소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건전한 청소년문화. 그 중심에 선 두 학생을 만나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들어봤다.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위치한 고양시 청소년수련관. 100여개에 달하는 청소년 동아리가 하루 종일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곳이다. 댄스동아리, 밴드, 스포츠동아리 등 분야도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직접 팀을 꾸리고 수련관에 대관 신청을 해 자발적인 모임을 꾸려간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라페스타에서 공연도 펼친다.

‘청소년 문화존’이란 이름의 이 행사는 고양시가 지원하는 청소년 문화사업의 일환이다. 무대에 오를 동아리를 선정하고 행사 전반을 운영하는 것 또한 청소년들의 몫이다. 기획과 운영은 수련관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대표기구인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운영위원회 회장 방민선(정발고 3)양은 “청소년 스스로가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어른들의 편견을 없애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거리에서 춤추고 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을 곱지 않게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서운하긴 해도 결국 해결은 청소년 스스로의 몫이란 얘기다. “일단 춤추는 아이들을 보면 쟤는 노는 애, 학교에 잘 안가는 애, 술·담배 하는 애로 봐요. 하나의 문화로 보질 않는 거죠. 실은 그런 소리 듣는 게 싫어서 더 단정하게, 예의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여전히 그런 인식은 남아있어요.”

방양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기성세대가 청소년과의 대화 자체를 인정치 않는다는 것. “그냥 어린애로만 보는 거죠. 아직 부족하긴 해도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인데도 무시하고 어른들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아요. 안 좋게 보기 전에 왜 그럴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없죠.” 성인이 아니란 이유로 무조건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또한 이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학교에서 머리길이 규제하잖아요? 어른들은 머리 짧게 자르고 똑같은 옷 입히면 통제가 잘된다고 여기나본데 실은 더 반발심만 들어요. 역효과죠.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욕구를 건전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청소년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신윤섭(서울예술종합학교 1)씨도 기성세대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젯거리라 말한다. “춤, 노래, 운동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에요. 미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데 그걸 ‘노는 것’으로 보는 건 옳지 않죠.” 춤과 노래를 즐기는 청소년들을 위한 어른들의 지원은 늘 아쉬운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모여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할 공간이 없어요. 왜 욕먹어가면서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춤을 추겠어요? 청소년수련관 같은 공간이 많이 만들어지면 해결될 문제죠.” 춤추는 아이들의 미래를 ‘백댄서’로 규정하는 시선도 안타깝다. “춤춘다고 하면 백이면 백 커서 백댄서 될거냐고 해요. 참 좁은 시각이죠. 이 분야에도 다양한 길이 있는데 말이죠. 제 꿈은 예술학교에서 교수가 되는 건데, 이렇게 얘기해도 어른들이 잘 이해를 못해요.”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 신씨가 꼽는 제일먼저 바뀌어야 할 인식이다. “어디 공연을 가면 행사를 진행하는 어른들이 바로 말을 낮춰요. 그 행사를 위해 무대에 오르는 팀인데 그냥 ‘춤추는 애들’인거죠. 성인 팀과는 대우자체가 달라요. 그럴 땐 참 서운하죠.” 어른들과의 인격적인 소통. 건전한 청소년문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기성세대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인건 분명해요. 청소년들을 위해 귀를 열어주시고, 필요한 부분을 많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잘못된 길로 가는 청소년들, 조금만 관심 갖고 도와주면 쉽게 해결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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