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개원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 계속 국민들만 멍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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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행국회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심의해야 할 법안과 정책현안이 고스란히 보류되면서 민생이 표류하고 있다.행정부도 장관이 국회에 나가 시달리지 않는다고 좋아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꼭 필요한 법이 통과안되고 정책결정이 늦어지면 결국 어려움을겪는 것은 정부다.
국회에는 12일 현재 19개 법안과 20여개 정책현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과 직결된 대표적 법안은 재정경제원이 제출해놓고 있는 소득세법개정안.저소득층에 세금이 중과(重課)되는 것을 시정하는게목적이다.
연간 소득세 50만원 이하인 월급쟁이는 세금의 45%를 감면받는다(종전 20%).
퇴직자의 경우 퇴직금의 50%가 비과세대상이 되나 국회의 직무유기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소급적용한다 해도 법 적용이늦어지는데 따른 이자손실은 아무도 물어주지 않는다.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 납세정보는 금융정보에 준해 보호받게 된다.납세자로서는 국회통과가 지연되는 만큼 정당한 권리보장이 늦춰지는 것이다.
공익근무요원들도 병역법개정이 늦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보는 셈이다.업무중 다치거나 사망했을 경우 국가유공자에 준하는보상과 예우를 하도록 돼 있는데 법안 통과는 언제 될지 모른다. 국가적 손실도 적지않다.국회가 제대로 가동되면 바로 개정안이 제출될 방송법이 그렇다.
무궁화호 위성발사후 우리도 위성방송을 할 수 있으나 법령미비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위성이 놀고 있다.매달 최소 7억원이상의 국고가 하늘에 뿌려지고 있다.
외무부가 제출해놓고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EZ)법과 배타적 수역안에서의 외국인 어업관리법도 빨리 처리돼야 한다.일본은 이미 중의원에서 동해에 자신들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하는 법안을통과시켜 놓고 참의원 통과도 시간문제인 형편이다 .
외무부는 속이 탄다.우리의 법제정이 늦어질 경우 일본 배는 우리측 법령미비를 틈타 마구 고기잡이를 하고 한국 배는 일본수역에서 쫓겨나는 불평등이 예상된다.
화학무기금지법도 마찬가지다.국제협약이 체결된 후 선진 각국은다 국내법으로 이를 추인했으나 우리만 이를 늦추고 있다.국제사회의 눈총이 우려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개발사업의 주체를 놓고 다툼이 진행중인 수도권 신공항건설촉진법도 마찬가지.
어떤 식으로든 빨리 법령이 정비돼야 신공항이 계획된 기일안에건설될 터인데 협의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월드컵도 공동개최만 결정됐을 뿐 이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한 제도정비는 언제 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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