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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국세청직원 동원 수박겉■기 선거비용 實査조사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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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오후2시 서울 수표동의 인쇄골목.선관위 직원2명과 국세청직원 1명등 3명이 한조가 된 선거비용 실사(實査)반원들은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인쇄기 소리를 헤치고 20여분간 헤맨 끝에인쇄소 한곳을 찾았다.
종로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L후보가 벽보.명함용 인쇄물등을 제작한 S인쇄소.4.11총선이 끝난지도 벌써 두달.선거쯤은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시점이지만 선관위는 국세청 직원을 동원,본격적인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이날은 국세청 직원까지 투입한 현장실사가 시작된 첫날이다.
▶국세청 직원:L후보가 지난 선거때 벽보.공보.소형인쇄물.명함등 4종의 인쇄물을 제작해 갔는데 맞습니까.
▶인쇄소 사장:예.L씨와는 오래전부터 거래했습니다.이번에도 제가 인쇄물을 맡았죠.
▶국세청:제본과 사진도 여기서 했습니까.
▶인쇄소:사진은 다른데서 찍어 필름만 가져왔고 제본은 우리가거래하는 제본사에 외주를 줬습니다.
▶국세청:회계장부 좀 봅시다.
이 직원은 회계장부를 달라고해 매입항목에서 아트지 구입분과 매출수량을 맞춰본 뒤 제본을 해준 회사와도 일일이 매출단가.수량이 맞는지를 확인했다.또 세금계산서.매출매입장.부가세신고서등을 회계장부와 확인대조하고 간간이 질문조사도 벌였 다.
조사시간은 1시간여.L후보가 인쇄물 비용으로 신고한 1천3백여만원과 인쇄소의 장부 기재내용은 일치했다.싱거운 작업이었지만더 이상 조사할 방법도 없다.
현장실사에 기대를 걸었던 선관위는 물론 국세청 직원조차 실사의 한계를 실감하며 인쇄소 문을 나섰다.
『이 사람들,이게 생업인데(신고한 것보다 더 많이 찍었더라도)절대 허술하게 하진 않았을겁니다.장부하고 세금계산서가 다 일치하잖아요.이런 방법으론 불.탈법을 적발해내기 어렵습니다.』 국세청 직원은 질문조사만으로는 실제 후보와 제작사가 짜고 꾸몄을지도 모를 이면계약을 적발해낼 방도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관련 서류.장부를 압수하고 예금계좌를 조회하는등 본격적인 실사가 이뤄지지 않는한 이면계약이나 위법을 찾아내기 가 극히 힘들다는게 이 분야의 전문가인 그의 설명이다.
10일부터 15일까지 6일동안 실시되는 현장실사에 동원된 국세청 직원은 3백2명.선거구당 1명꼴이다.
『종로의 경우 출마자 9명에 대해 조사해야 되는데 조사기간 6일은 인쇄소 찾아가 장부 맞춰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후보들의 선거비용 신고내용이 형편없이 축소.조작됐다는게 일반의인식이다.이때문에 선관위는 수차 『철저 조사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국세청까지 동원된 떠들썩한 현장실사는 이처럼 『어렵다』는 푸념 속에 겉하기식으로 진행될 뿐이 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선거 역시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엄청난액수의 선거비를 쓰고도 법정비용에 맞춰 눈가림 신고하면 무사히넘어가는 불법.타락 풍토를 고치려면 선관위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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