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하고 싶지 않다면 정직하게 벌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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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화와 시민운동의 확산은 기업 경영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 하나가 윤리경영의 등장이다. 과거엔 이상적 목표 정도로만 여겨졌던 윤리경영이 이젠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김정년(76) 서울대 경영학 명예교수는 최근 『윤리경영이 글로벌 경쟁력이다』(율곡출판사·사진)를 출간하고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글로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좋은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하고,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 기준을 존중한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리경영의 필요성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업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외부 견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초대형 회계부정 사건이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업 엔론과 통신업체 월드컴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임원이 부정을 주도하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과 증권회사 직원들도 공모했다. 최고 수준의 기업지배구조를 자랑하는 미국도 나쁜 의도를 가진 소수의 경영진 앞에선 속수무책이라는 교훈을 준 사건이다. 윤리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리경영이 기업의 이익과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윤리경영은 때로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이를 강조하다 보면 경쟁사보다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윤리경영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윤리경영의 실천을 위해선 CEO의 품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CEO의 좋은 품성이 회사 전체로 확산되면 윤리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CEO의 품성은 하나의 ‘자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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