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 정상치의 최고 10배-전국에 산성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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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성(酸性)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서울지방의 스모그 확산과 잇따른 오존 주의보에 이어 10일 전국에 내린 비의 산성도가 지역에 따라 정상적인 비의 최고 10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환경부가 10일 새벽부터 내린 빗물을 1시간 단위로 집계한 산성도 측정 결과 밝혀졌으며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이다. <그림 참조> 산성비는 수소이온농도(pH)가 자연상태빗물 수준인 5.6이하(수치가 적을수록 산성이 강해짐)를 나타내는 비를 말하며,공기중의 아황산가스나 이산화질소 등이 빗물에녹아들어 생긴다.
◇산성도=측정내용에 따르면 부산 덕천동 지점은 10일 내린 빗물의 평균 pH가 4.6으로 전국에서 가장 강한 산성을 나타냈다.지난해 평균은 5.2로 훨씬 산성도가 약했다.
또 서울광화문과 불광동 부근은 비가 내린 1시간후부터 4시간뒤까지 사이에 평균 pH가 5.3을 보였다.지난해는 5.8이었다. 이밖에 대구.광주가 pH 5.2,대전이 5.5로 측정되는등 모두 자연상태 빗물 수준을 밑돌며 악화됐다.
산성도 pH가 1이 낮아지면 산성 정도는 10배 강해지기 때문에 부산의 경우 정상 비보다 산성 정도가 10배나 강한 것이다. ◇산성비 원인및 피해=전문가들은 이번 비의 산성도가 높은것은 18일째 기압대가 정체해 공기흐름이 거의 정지돼 오염물질이 많이 떠있었던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스모그와 오존오염이 산성비로 이어진 것이다.
선진국에서 있었던「대기오염사고」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줄곧 산성비만 내리는 부산.경남울산.전남광양등지는 산성비로 인한 산림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산성비 피해중 가장 심각한 것은 토양 산성화.토양이 산성화되면 딱딱하게 굳고 식물성장에 필요한 토양속 금속성분을 제거한다.또 직접 식물의 잎에 묻게되면 시들게 하고 플랑크톤이나 물고기가 자랄 수 없는 죽음의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석조건물이나 예술품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산성비는 특히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까지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 물질이다.석탄 사용량이 많은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이 산성비 형태로 우리나라나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그 예다.
김석기.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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