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 '민노당 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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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15 총선 이후 국내 진보정당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외국계 금융회사의 민주노동당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미국계 모건 스탠리 서울지점이 방문한 데 이어 28일에는 네덜란드계 ABN암로의 홍콩지역본부가 방문 일정을 잡아놓았다. 총선 직후 미국계 JP모건의 홍콩 지역본부가 '한국 정치에 좌파 등장(Swing to the Left)'이란 보고서를 낸 뒤 외국 금융회사가 직접 정치권 분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혼자 민노당을 찾은 모건 스탠리 박천웅(서울지점 상무) 리서치헤드는 "상시적 리서치(조사.분석) 차원의 방문"임을 강조했다. 朴상무는 민노당의 정책 노선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노동운동을 하던 인사들이 대거 17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나타날지도 모를 한국 투자 환경의 변화를 점검하는 차원에서다. 답변은 주로 송태경 정책국장이 했다. 朴상무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 정책과 관련해 "국유화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宋국장은 "국유화 계획은 없고 민주적인 참여에 대한 계획은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관계, 분배와 성장, 투자 우선순위 등에 대해서도 문답이 오갔다. 민노당은 "파업을 돕거나 억제하는 정책은 없고, 과거에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생긴 자연적 파업은 줄어들 것"이라며 "교육.의료.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분배와 성장에 대해 민노당은 투자가 줄지 않는 선에서 법인세를 올려 세원을 확보하고, 여기서 생긴 재원을 바탕으로 공공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 민노당 측은 "10석은 너무 적으므로 여러 사회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움직이는 방식을 통해 10석보다 더 큰 정치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답은 일상적 리서치 차원에서 이뤄져 특별한 논쟁없이 끝났다. 민노당 측도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날 거론된 내용이 보고서 형태로 발표되면 국내외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호.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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