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입 논술전형 준비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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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10여개 대학에서 2009학년도 모의·예시논술 문항을 발표했다. 학교 측 자료와 지난해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경향을 유지하면서 대학 자율화의 영향으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논의 주제의 생소함도 크지 않다.

 ■모의논술 분석(인문계열)        

한국외대가 가장 눈에 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발췌한 짧은 영어제시문이 등장했다. 문법이나 구문 난이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덕·정의·선·악 등 개념의 의미와 개념간 관계를 깊이 이해해야 접근 가능하다. 우리말로 번역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제시문을 연관시키기가 어렵다.

한국외대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영어독해 부담감을 떨치는 것보다 기본 개념들의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고려대 인문논술은 확률문제를 내고 20점을 배점했다. 지난해 수시논술에서 표를 해석하는 문제가 나오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주춤했던 수리논술이 다소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확실한 변별력이 있는 문항이다. 경희대·한양대 상경계열·이화여대·연세대 등에서도 수리능력을 묻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문제풀이를 넘어 수학의 기본개념을 익히는 것이 필수다.

성균관대는 통계자료를 자주 낸다. 2008학년도 이후 성균관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이 표나 그림을 제시하고 특정한 관점에서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도 연세대·서강대·경희대 모의논술에서 표나 그림이 등장했다.

모의고사에서 나온 표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복잡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의미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시문의 종합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연세대는 1000∼1500자의 장문의 글을 쓰게 하는 두 문항을 출제했다. 연세대는 문제유형을 고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분량이 다소 증가했다. 장문을 쓰게 한다는 점에서 별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서울대는 2500자 쓰기를 유지할 것 같다. 경북대도 1600∼1800자의 장문 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큰 주제 아래의 작은 쟁점을 창의적으로 찾고, 문단을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논의를 종합적으로 힘있게 밀고 나가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
 

 ■인문계 논술문항의 사고력        

개별 학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공통 기조는 변함이 없다. 논술을 준비하려면 각각의 문항에서 평가하는 사고력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인문계는 2007학년도 이전처럼 긴 글을 쓰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2∼4개의 문항으로 쪼개 해당 사고력을 각각 평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각각의 문항에는 평가하고자 하는 특정한 사고력이 있다.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대학별로 어떤 문항 유형이 나오는지, 각 문항은 어떤 사고력을 평가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 이해분석력

이해분석력은 어떤 논술에서도 먼저 부닥치는 문제로, 비중도 상당하다. 논제와 제시문에 대한 독해능력을 포함하는 이 평가는 변별력 수단으로서 효과가 크다. 이 문항에는 ‘요약’‘비교’ ‘분석’ ‘설명’이라는 요구사항이 주로 나온다. 논리적 연관성을 파악하는 문제(서강대·성균관대)도 이에 해당된다.

- 제시문 (가) (나) (다)의 주장을 비교하고...(연세대 2009 모의논술)
- 인간 같은 기계 혹은 기계 같은 인간을 만드는 것에 관한 다음 제시문을 읽고, 각 제시문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설명하라.(서강대 2009 모의논술)

이런 문항에 접근할 때는 세부적인 내용 보다는 핵심적 주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문이나 단어가 어렵다고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 제시문 각각의주제문과 전체 제시문의 쟁점을 파악하는 것도 출제자 의도에 근접한다면 충분하다. 핵심 근거가 무엇인지 논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세한 내용에 매달리다가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 자료·현상 해석능력

논술시험에서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독자 영역을 가진 문제다. 내용을 설명하고 추상적 원리를 찾아내라기 보다는 대개 추상적 개념이나 이론을 구체적 현상에 대한 서술이나 통계자료에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활용해’‘∼참고해’등의 어휘를 포함해 ‘해석하라’‘설명하라’는 요구와 함께 나온다.

- 제시문(라)의 표를 제시문 (가) (나) (다)의주장과 관련지어 해석해보시오.(연세대 2009 모의논술)
- <제시문>과 <자료 1>∼<자료 3>를 활용해 <자료 6>을 분석하시오.(한국외국어대 2009 모의논술)

통계자료는 그림이나 표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 수치를 바탕으로 의미를 추론하거나 이론·견해로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대개 표의 수치가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 결론을 합리화하는 과정을 잘 서술해야 한다.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서술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된다.

서술문 해석도 마찬가지다. ‘활용하라’ 등의 내용에 제시문 내용을 인용하는 데 그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문에 나온 쟁점·핵심논지·개념을 잘 이해해 구체적인 내용과 꼼꼼히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 비판력

비판력은 글의 이해를 넘어 다른 관점(혹은 자신의 관점)에서 내적 오류가 없는지, 외적 타당성을 갖는지를 평가한다.

- 제시문(가)의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보시오.(연세대 2009 모의논술 문항)
- 제시문 (라)의 입장에서 (다)의 입장을 심도 있게 비판하라. (서강대 2009 모의논술 문항)

평소 상식적 결론과 다른 결론을 도출해 논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평소 사물이나 사안을 다른 각도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하도록 한다.

▶ 추론력·논증력

추론력은 제시문에서 밝히지 않았거나 생략한 논지를 완성하는 문제다. 전후 내용을 상상해 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논증력을 평가하는 문항은 수험생 자신이 결론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왜,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이유와 과정을 잘 서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논증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이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견해를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 그 궁극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시오. (경희대 2009 모의논술)
- 다문화주의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설명할 것. (경북대 2009 모의논술)
- 학문의 진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 (연세대 2009 모의논술)

추론력·논증력을 키우려면 평소 어떤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어보는 게 좋다. 글을 읽고 비판을 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논의를 하는 훈련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선은 다양한 쟁점과 견해를 접해야 한다.

▶ 대안 제시력

특정 쟁점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보통 마지막 문제로 나온다. 전후 문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야 한다. 단순히 해결방안을 나열할 게 아니라 그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피상적 결과 나열, 근거 없는 의견의 강변, 도덕적·감정적 호소나 의식과 제도의 개혁 같은 식상한 주장은 피해야 한다.

- 이 문제점이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 제시문‘마’를 근거로 논술하시오. (경희대 2009 모의논술)
- 현대 문명 상황에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서강대 2009 모의논술)

프리미엄 김관종 기자
도움말=노태민 타임교육홀딩스 대입컨설팅팀 051-715-0780/timeholding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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