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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한옥 생활의 아름다움에 빠져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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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옥이 돌아오고 있다. 북촌에 하나 둘 재건되던 신식 한옥들이 제법 마을을 형성했을 정도로 한옥살이가 각광받는다. 허나 막상 한옥을 짓고 나면 그 안을 어떻게 꾸미고 채우며 살아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일찌감치 서울 안국동 3번지에 한옥을 짓고 옛 것의 아름다움을 오늘날 어떻게 살릴지 고민해 온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본보기를 보인다. 아름지기는 2004년부터 매년 우리네 의식주를 주제로 한옥 전시를 선보여 왔다. ‘쓰개’‘목공예’‘우리 그릇과 상차림’‘우리옷, 배자’전에 이어 올해는 ‘한옥 공간의 새로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주생활 공간을 조명한다.

골목 안 나무 대문을 열고 ‘ㅁ’자 마당을 지나 대청에 올라서면 야트막한 3인용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다. 서까래가 시원하게 드러난 대청은 천장이 높아 오늘날의 생활에 맞게 입식으로 꾸밀 수 있다. 대신 가구를 낮게 만들어 아늑함을 살렸다. 공간이 작은 대신 오밀조밀 수납장을 짜넣어 늘어놓기보다는 감춤의 미학을 보여주는 게 한옥이다. TV는 소파 옆 벽장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열게 했다. 정갈한 도배와 경상만으로 최소한의 꾸밈을 한 안방, 평상을 둔 서재 겸 침실을 지나 반대쪽 대청으로 가면 식당(사진)이다. 2인용 식탁 발치에 와인셀러를 넣어 한옥 수납의 묘를 살렸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아이콘으로 이름난 캠벨 수프 깡통을 씌운 식탁 조명이 차분한 공간에 발랄한 파격을 선사한다.

서구식 가구는 한옥을 옹색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고가구만 고집할 수도 없다. 의자 생활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이 한옥이라 해서 갑자기 방바닥에 앉아 버릇하기도 쉽지 않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 같은 문제점에 실마리를 제시한다. 가구를 내놓은 이정섭씨는 서양화과를 나왔지만 붓을 버리고 한옥 건축을 배운 뒤 2004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내촌목공소’를 열었다. 한옥과 공존하면서도 슬며시 튀는 소품은 ‘런던 디자이너스 블록’‘파리 국제가구박람회’ 등에 출품했던 한정현씨가 선보였다.

전시는 9월 2일부터 10월 8일까지다. 이와 함께 이정섭 작가의 내촌목공소 답사가 9월 10일(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한 참가비가 3만5000원), 이정섭·한정현 작가와의 대화가 17일 마련돼 있다. 02-733-8374∼5.

권근영 기자, 사진=아름지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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