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오즈의 마법사’셋, 풀 브라우징 돌풍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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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왼쪽부터 김경진·임진우·김경숙 과장.

비하인드 스토리 서비스 시작 넉 달여 만에 가입자 30만 명(26일 현재 32만 명)을 돌파한 LG텔레콤 ‘오즈(OZ)’.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모바일 인터넷과 ‘풀 브라우징’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이 서비스의 성공 뒤엔 30대 남녀 직원 세 명의 도전정신이 있었다.

OZ의 탄생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텔레콤에 ‘차세대 서비스 기획단’이라는 정체불명의 태스크포스(TF)가 생겼다. 영문도 모른 채 차출돼 온 직원 중엔 임진우(35·오픈서비스팀) 과장과 김경진(31·단말애플리케이션팀) 과장이 있었다. TF에 떨어진 정일재 사장의 특명은 “PC처럼 쓸 수 있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것. 정 사장은 특히 “소비자가 중간 단계 없이 인터넷 포털에 바로 접속할 수 있게 하고, 화면이 뜨는 속도도 PC에 버금가게 하라”고 요구했다. OZ의 밑그림이 그려진 순간이었다.

서비스 기획을 맡은 임 과장은 사용자 조사부터 했다. 하지만 아직 나오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조사는 ‘맨땅에 헤딩 하기’나 다름없었다. 고민 끝에 얼리어답터 16명을 선정해 휴대전화와 PC 사용 패턴을 한 달간 관찰했다. 고객 8명씩 4개 팀을 만들어 수차례 집중 토론도 벌였다.

임 과장이 내놓는 각종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이가 김 과장이다. 그는 “솔직히 처음엔 ‘단말기 액정에 인터넷 사이트가 뜨는 속도를 PC 수준으로 높여라’는 경영진의 요구가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7일을 출근하는 강행군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남편마저 일이 있는 주말엔 두 살배기 딸아이를 들쳐 업고 회사로 출근했다. 김 과장은 결국 액정에 인터넷 화면이 뜨는 속도를 1분에서 40초, 다시 18초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에 치여 녹초가 될 때마다 그를 격려해준 건 동료인 김경숙(32·메시징팀) 과장이었다. 김 과장은 OZ의 e-메일 기획을 맡았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의 e-메일 서비스 담당자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연락처를 확보하면 전화나 e-메일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달려갔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포털일수록 더 정성을 기울였다. 결국 1년은 걸릴 거라던 일을 6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세 사람의 노력은 휴대전화 시장에 ‘OZ 돌풍’을 일으켰다. OZ는 4월에 선보이자마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PC처럼 웹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세상’을 열었다. 단말기 업계도 앞다퉈 풀 브라우징 제품을 내놓았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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