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장성개혁 흐지부지-연립여당 개혁안 차기국회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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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과연 대장성이 세긴 세다.』 우중충한 5층 건물,일본 대장성에 모처럼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다.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문제와 각종 금융스캔들로 수술대에 올라 1년 가까이 숨죽여오던 대장성이 고스란히 살아남은 것이다.
두달전만해도 『일본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장성부터 해체돼야 한다』거나 『대장성 중심의 금융행정의 전환은 국내외 신뢰회복의출발점』이라는 대장성해체.분리론으로 떠들썩했던 일본이었다.
그러나 7일 일본 연립여당의 「대장성 개혁프로젝트팀」은 대장성 개혁안을 차기국회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검토내용도 개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금융기관 감독과 검사기능을 따로 떼내(대장성의 분리)금융행정사이에 긴장감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알맹이」는 증발해버렸고,증권행정의 독립은 대장성 부속기관인 증권거래감시위원회 설치로 마무리되고 있다.
불투명한 금융행정지도와 아마쿠다리(퇴직 관료의 낙하산 인사)시정을 내건 정치권 주도의 대장성 개혁은 물건너간 셈이다.
일본은행법 개정에서도 연립여당의 자세는 후퇴했다.
일은총재의 임면권을 정부가 쥐고 있고 금융정책위원회의 폐쇄성이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바뀌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일은의 역할을 「물가의 안정」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으로 끌어올리려던 당초의 목표는 실종됐다.
대장성은 주전문제에서도 원안을 그대로 관철시켰다.부담의 상당부분은 은행과 농림계 금융기관에 떠넘겨졌고 금융기관의 반발은 대장성의 협박(?)으로 간단히 제압됐다.
이처럼 대장성이 온전히 조직과 권한을 지키는데 성공한 배경에는 대장성에 대한 정치권의 두려움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지역구의 예산배정권을 쥐고 있는 대장성에 잘못 보였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또 국세청을 산하에 두고 있는 대장성이 정치자금등에 대한 조사를 할 경우 곧바로 정치생명이 끝장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최근 『일본에는 성역이 없다』고 한 말을 무색케하는 상황전개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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