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선물거래방식 사람이냐 컴퓨터냐 유럽 증시 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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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람과 컴퓨터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최근 유럽 첨단 금융시장에서 시장대리인들의 육감에 의한 대면(對面)거래와 컴퓨터시스템에 의한 전자거래방식을 놓고 우열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완전 전산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증시가 전산장애로 제때 열리지 못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이 논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2년 설립돼 유럽 최대의 시장으로 자리잡은 영국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는 아직까지도 새벽 어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시장대리인(trader)들에 의한 고전적인 매매방식을 고수하고 있다.1천여명이 넘는 시장대리인들이 상품 종류별로 나누어진 8개의 원통형 마당(Pit)에 둘러서서 수신호와 아우성등 재래식 경매방식으로 하루 평균 60만건의 계약이 넘는선물및 옵션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가이 심프킨 LIFFE 전략상품개발부장은 『한 순간의 실수가엄청난 손실로 이어지는 선물거래에서 거래의 정확성을 기하고 시장유동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컴퓨터보다 거래당사자간의 직접거래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88년 설립된 후발시장인 스위스 취리히의 금융선물거래소(SOFFEX)는 우리나라처럼 전산시스템으로 모든 거래를 자동체결하는 「전자시장」의 대표적 사례.
SOFFEX측은 오는 8월부터 1백% 전산화를 이룩해 부분적으로나마 남아있는 시장대리인들을 완전히 시장에서 「추방」하겠다고 나서 증시 운영체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마크 베스후드 SOFFEX 홍보담당자는 『전산화야말로 사람의실수를 막고 정확하고 오차없는 거래는 물론 당일결제까지 가능하게 해주며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대리인들의 「손때가 묻은」 재래식 매매를 고수하려는 영국과 컴퓨터를 통한 최첨단 거래로 세계금융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스위스,과연 어느 체제가 나은 것으로 판명될지 금융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런던.취리히=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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