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中年>8.성산사회복지관 최의현 총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진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삶의 질」이란 어떤 것일까. 서울마포구성산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안에 자리잡은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최의현(崔宜賢.47)총무는 「높은 질의 삶이란자기나 자기 가족이외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쏟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늦게 낳은 막둥이가 세살때 이곳에서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자기 아이는 떼어놓고 다른 집 아이들을돌보러 나간다니까 주위에서 찬반이 분분했지요.하지만 저로서는 전공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므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홀트아동복지회.
가족계획협회 등에서 틈틈이 경험을 쌓긴 했지만 다섯살.열한살 터울로 세아이를 낳느라 나이 마흔넷이던 3년전에야 완전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어린이집 원장 3년만인 올3월 복지 관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직을 맡게 됐는데 마침 둘째아이가 고3이 되어 또 한번 고비를 넘겨야 했다.『아이가 원하면 내심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그런데 당사자인 아들 녀석이 엄마인생이 행복해야 내 공부도 잘 된다며 극구 만류하더군 요.』 崔씨가 안살림을 맡고 있는 성산동 복지관은 3층짜리 건물에 어린이집.물리치료실.초등학생 공부방.노인정.청소년 독서실 등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지역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편이어서 생활강좌에 치중하는 다른 복지관과는 달리 가정이 나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주는데 주력하는 편.
『대다수의 주부들이 사회봉사를 원하면서도 소외계층과 직접 마주치는 일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요.시간이나 돈,단순노동만 제공하겠다는 거지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보람을 느끼기 어려워 쉽게 그만두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봉사를 받는 대상과 봉사자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도록 주선하곤 하는데 요즘에는 주부봉사자들이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몸을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이나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다.이제 여섯살난 막내딸 이 한창 재롱을 피울 때 밤늦게 귀가한 자신에게 남편이「이런 사업을 해 보라」며 아이디어를 건네줄 때 뒤늦은 재출발의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는 崔씨.「건전한 중년」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