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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향 방지책 미흡 땐 불교계 ‘승려대회’ 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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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범불교도 대회’가 열린 다음날인 28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선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주관하는 ‘종무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를 시작하며 지관 스님은 대각국사 의천의 시(詩)를 한 수 인용했다. 의천 국사가 신라 때 순교한 이차돈의 무덤을 찾아 읊었다는 시다.

“천리 길 남쪽으로 내려와 사인(이차돈의 벼슬)에게 문안을 드린다/청산은 적막한데 몇 번이나 봄이 지났던가/만약 말세에 법이 어지러울 때를 만난다면/나 또한 당신과 같이 몸을 아끼지 아니하리라.”

이어 지관 스님은 “어제 범불교도 대회를 여법하게 치렀으니, 일단 정부의 조치를 지켜보자”며 “모든 불자가 호법(護法)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3시 지관 스님은 총무원 국제회의장에서 부·실장단을 비롯한 130여 명의 종무원을 독려했다. 지관 스님은 “범불교도 대회를 마치고 오늘 일단 회향(마무리)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교계를 향한 정부의 각종 종교 편향적 조치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종교 편향 철폐’를 향한 조계종 수장의 의지는 강경하다.

불교계는 일단 ‘범불교도 대회’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조계종 대변인 승원 스님은 “전국의 강원이 방학 중이고, 선방이 해제철이라 수좌승들이 만행을 떠났는데도 1만 명의 승려가 모였다. 그건 불교계가 받아들이는 ‘종교 편향’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국에서 1500대 이상의 버스로 재가불자들이 상경한 데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불교계가 기다리는 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다. 그리고 ‘종교 편향 방지책 마련’을 위한 현실적 실효성이 있는 정부의 답변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 권역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교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영남, 호남, 충청, 제주, 경기·강원 등으로 ‘이명박 정부 규탄대회’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도 ‘종교 편향’ 관련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불교계는 ‘히든 카드’를 꺼낼 생각이다. 다름 아닌 산중의 선방 수좌들까지 참여하는 ‘범불교 승려대회’다. 불교계는 1986년 해인사에서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대규모 승려대회를 연 바 있다. 당시 한 스님은 대중 앞에서 왼손가락 넷을 자르는 ‘단지 공양(斷指供養·손가락을 잘라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으로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86년 이후 대사회적인 문제로 승려대회가 열린 적은 없다. 만약 이번에 ‘종교 편향’이라는 대사회적 이슈로 승려대회가 열린다면 22년 만이다. 승려대회는 불교계 안팎으로 파급력이 크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외치지만, 승려대회가 열린다면 ‘대통령 하야’나 ‘이명박 정권의 퇴진’으로 구호가 바뀔 것으로 본다”며 “벌써 ‘집단 단식’이나 ‘소지공양(燒指供養·손가락을 태워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 얘기가 내부적으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다음주에 각 종단·사찰·단체 대표자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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