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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가 한우 송아지 낳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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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축산농 윤용한씨(右)와 최수호 연구사가 젖소에서 생산된 송아지를 돌보고 있다.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 제공]

"젖소를 이용해 한우 송아지를 생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젖소 50마리를 사육하는 윤용한(45.예천군 용궁면)씨는 요즘 수정란 이식으로 젖소(대리모)에서 한우 송아지를 생산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3개월 된 젖소 송아지 한마리는 60만~70만원에 그치지만 한우 송아지는 암송아지 325만원, 수송아지 226만원 정도 해 성공만 하면 큰 이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지난해 수정란을 이식한 젖소 24마리에서 지금까지 한우 5마리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오는 5월 2마리, 6월 1마리, 7월 3마리, 8월 4마리가 잇따라 한우를 출산할 예정이다.

그는 4년제 대학 축산학과를 졸업, 수정사 자격증이 있어 직접 수정란 이식 시술도 하고 있다.

윤씨는 올해도 24마리의 젖소에 수정란을 이식, 젖소 6마리가 이미 임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술로 지난해부터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윤씨는 젖소에서 우유를 짜서 판매하지 않고 아예 한우 송아지만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우유는 한우 송아지를 키울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윤씨는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 초 인근 농민 3명과 수정란 이식 작목반까지 구성했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한우를 생산하려는 농가가 최근 크게 늘면서 5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한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영주시)는 올해 더욱 바빠졌다.

우유회사가 농가의 우유 생산량을 제한할 정도로 우유가 과잉 공급되면서 젖소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축산농민들이 한우 생산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도 크게 유행이다. 연구소는 올해 경북지역 젖소 1500마리에 수정란을 이식, 한우 500여마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식에서 출산까지 성공률 30%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이는 2003년 677마리, 2002년 500마리 시술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기술로 생산된 송아지는 분만때 일반 한우의 송아지보다 체중이 평균 4~5㎏ 더 나가며, 그만큼 성장률이 좋은 장점이 있다.

젖소 대리모가 낳는 한우는 평균 31㎏이다. 요즘은 이 기술로 한우 쌍둥이까지 생산할 수 있다.

어미소는보통 젖소가 하루에 사료 5~6㎏, 한우는 3~4㎏을 먹지만 송아지값과 출산 때의 몸무게 등을 따지면 젖소 출산이 훨씬 이익이라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는 농가가 늘면서 수정란을 판매.이식하는 벤처기업.대학연구소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소 최수호(34)연구사는 "이식.영양관리.수정란배양 등의 기술이 향상되면서 이 기술로 한우를 생산하려는 농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선윤 기자

*** 대리모 생산

도살 직후의 한우 암소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 한우 수소의 정자와 수정시킨 수정란을 젖소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케 하는 방법이다. 수정란은 일주일 정도 시험관에서 배양된 뒤 임신 가능 소에 이식된다.

이전에는 장기 보관된 냉동수정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일주일 간 배양한 신선 수정란을 사용, 출산 성공률이 높아졌다.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예산을 들여 수의사.수정사에게 수정란을 무상공급, 농가에 이식 시술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도살 직후 난자를 채취해야 해 난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임신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 어려워 출산 성공률이 30%로 낮다는 점. 농가는 수정란 이식 뒤 젖소의 체중관리, 풀 등 조사료와 비타민 등 첨가제를 먹이는 등 철저한 영양 관리를 해야 한다.

수정란 이식비는 1회당 20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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